[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68. 톰 홀켄보르흐 ‘Justice Lea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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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는 2017년 개봉했던 DC 히어로물입니다. 이 영화는 최근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라는 이름으로 다시 선보이게 되는데요. 원래 연출을 맡았던 잭 스나이더가 다시 연출을 맡게 되면서 일종의 감독판을 선보이게 된 것이지요.

감독판이 개봉 후 다시 선보이는 것이 요즘 그리 보기 드문 일은 아닌데요.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히 편집 등이 달라진 감독판 또는 확장판이라기보다는 아예 새로운 영화에 가깝습니다. 더군다나 영화의 러닝 타임 또한 약 4시간에 이르며, 스크린의 비율도 일반적이지 않게 4:3 비율을 사용하는데요. 영화 시작 전 관객의 감상 환경부터 마치 ‘우리는 기존 영화의 틀과는 전혀 다른 영화를 보여 줄 것이야!’라는 듯 선전 포고를 하는 듯하지요.

2017년 개봉했던 저스티스 리그는 잭 스나이더가 연출을 맡아 진행하던 중에 대본이 의도와 다르게 바뀌는 등의 여러 가지 일에 그가 딸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까지 겹치며 결국 연출을 그만두게 되었지요. 몇 년 후 결국 잭 스나이더가 다시 연출을 맡아 전혀 새로운 ‘저스티스 리그’를 공개하게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이 영화를 딸 오텀에게 헌정한다’는 문구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하지요.

지루할 틈이 없이 계속되는 전개만큼 이 영화에서는 음악 역시 쉴 새 없이 나옵니다. 음악의 완성도를 떠나서 ‘이 긴 영화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여정을 감내해야 했을까’ 감탄 아닌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기존 ‘저스티스 리그’의 음악은 대니 엘프만이 맡았었지요. 잭 스나이더가 다시 돌아오면서 영화 음악 역시 원래 음악을 맡았던 ‘Junkie XL’로 알려진 일렉트로닉 아티스트 ‘톰 홀켄보르흐(Tom Holkenborg)’가 다시 담당합니다.

톰 홀켄보르흐의 사운드트랙은 대니 엘프만의 동화적이고 우아한 음악과는 달리 강렬한 리듬과 함께 그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운명적인 주인공들처럼 어두운 느낌을 주며 또 무척 격정적입니다. 영화가 주는 에너지 이상으로 음악가의 거대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음악들이 관객도 함께 쉴 새 없이 달리도록 이끄는데요.

지나칠 정도로 많은 수의 음악이 영화에 등장함에도, 그에 대한 우려를 무색하게 할 만큼 압도적인 쾌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40번 트랙 ‘At the Speed of Force’는 이 영화를 본 많은 분이 기억하는 음악일 텐데요. 모든 사운드트랙이 사실은 이 음악을 위해 달려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입니다.

영화 후반부 플래쉬가 ‘너의 미래를 만들어, 너의 과거를 만들어’라는, 내용 자체만으로 본다면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이 대사에 음악과 이야기의 힘이 맞물리며 기존의 히어로물 영화와는 전혀 다른 큰 감정적 정서를 관객에게 전달하게 하지요. 음악도 음악이지만, 오랜만에 창작자의 열정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음악의 쾌감을 이 사운드트랙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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