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가장 개인적인 것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해 한국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관왕을 차지했고 올해 시상식에선 윤여정이 한국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연기상(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올해 102년 된 한국 영화의 저력을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듯해서 여러모로 뜻깊은 순간이다.

지난해와 올해 아카데미상을 지켜보며 떠오른 말이 있다. 지난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인용했던 명장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인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문구이다.

봉 감독은 어릴 때 이 말을 접하고 항상 가슴에 새겼다고 한다. 그에게 아카데미상의 영광을 안겨 준 작품 ‘기생충’도 지극히 개인적인 한국 사회의 민낯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개인적인 이야기에 세계인들이 공감했기 때문에 보수적인 아카데미의 벽마저 허물 수 있었다.

올해 아카데미상의 화제작으로 꼽힌 영화 ‘미나리’도 역시 한국계 미국인인 리 아이작 정 감독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실 몇 년 전 리 아이작 정 감독을 부산에서 만난 적이 있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취재하던 중 ‘BIFF를 찾은 이색손님’으로 리 아이작 정 감독을 인터뷰했다. 당시 정 감독은 미국 유타대 인천캠퍼스 영화과 교수로서 10여 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BIFF의 다양한 현장을 직접 체험하게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수다를 풀 시간이 있었는데 정 감독은 다음 영화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젠 자신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칠까 하는데 자신의 가족사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 줄지 걱정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정 감독에게 캐나다에서 만든 한국인 이민가정 시트콤 ‘김 씨네 편의점’을 정말 재미있게 본 이야기를 하며 당신의 가족 이야기도 분명히 많은 이들을 웃고 울게 할 것이라고 응원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BIFF 현장에서 유타대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강의해 준 배우가 윤여정이었다. 정 감독은 학생과 함께 강연을 들으며 윤여정 배우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느꼈다며 이 배우와 언젠가 영화 작업을 같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지했던 그때 고민이 영화 ‘미나리’로 열매를 맺은 것이 참 보기 좋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세계인을 감동하게 할 수 있고, 개인적인 고민과 분노가 모이면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