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의 믹스트존] 소신과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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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부 기자

한때 미국에서 ‘슈윈’이라는 자전거 회사가 큰 인기를 누렸다. 1970년대에는 말보로와 코카콜라에 이어 미국 내 브랜드 인지도 3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1990년대 들어서자 슈윈은 빠른 시장 변화에 고전했다. 임원들은 돌파구로 CEO 에드 슈윈에게 당시 새로운 트렌드였던 산악자전거 판매 확대를 제안했다. 그는 이를 묵살했다. 슈윈은 임원들에게 “내가 가전거를 가장 잘 안다. 당신들은 아마추어”라고 윽박지르며 기존 클래식 자전거 중심의 전략을 고수했다.

아이디어를 낸 임원은 해고되고, 에드 슈윈은 자신의 생각에 한 점 의심을 하지 않았다. 결국 1993년 자전거 기업 슈윈은 파산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소신과 고집을 구분하지 못한 결정적 순간이다.

시즌 초반부터 롯데 자이언츠는 특정 선수 기용 배제 의혹을 둘러싼 잡음이 들렸다. 성난 팬심은 허문회 감독의 사퇴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이를 대하는 허 감독의 발언엔 에드 슈윈의 그림자가 엿보인다.

허 감독은 유독 세 번째 포수 지시완에게는 인색했다. 어렵사리 잡은 기회에 팀 승리를 견인했지만 여전히 그의 자리는 벤치였다. 팀의 기세와 다른 후보 선수의 동기부여에도 좋은 영향을 줄 리 없다.

지시완은 갈등의 도화선일 뿐이다. 비판은 과거에 매몰된 감독의 고집을 향했다. 공정한 기회를 중요시하는 시대의 변화와 야구계의 변화를 읽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작 허 감독은 “황당하다”는 말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그의 말에서 경청을 찾기 어렵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고, 야구 철학을 유감없이 펼치는 것을 소신으로 여긴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갈등의 원인은 변화를 대하는 허 감독의 자세에 있다.

정교한 데이터에 기반한 프런트 야구는 점차 주류로 자리 잡았다. 프런트는 구단 운영의 흐름을 주도한다. 감독은 이를 현장에서 조율하는 ‘지휘자’인 것이다. 그러나 현장 경험이 먼저인 허 감독은 이를 불편하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그는 “메이저리그라고 무조건 프런트 야구를 지향하지 않는다”며 날을 세웠다.

스포츠 팀의 감독을 주로 지도자, 스승에 비유하지만 실제 역할은 팀 전체를 관리해 성적으로 증명하는 경영인에 가깝다. 운동장 위의 CEO인 셈이다.

기업의 CEO와 스포츠 감독 모두 에드 슈윈과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으려면 충분히 데이터를 확인하고, 반대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원점에서 점검해야 한다. 소신이 미래를 향한 열린 생각이라면 고집은 과거의 성공에 매몰된 닫힌 생각이다.

허문회 감독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지금 모습은 소신입니까, 고집입니까?”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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