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험… “진욱아, 한 템포 쉬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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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신인 왼손 투수 김진욱이 재도약을 위한 담금질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고교 시절 ‘완성형’이라는 칭호를 받은 특급 투수이지만 처음 경험한 프로 무대는 만만치 않았다.

4월 9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 개막전 선발 투수로 데뷔한 김진욱은 3경기에 나서 2패와 평균 자책점(ERA) 10.54를 기록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롯데 허문회 감독은 페이스 조절 차원에서 김진욱을 1군 명단에서 뺐다.

3경기 평균자책점 10.54 부진
구위 좋지만 수 싸움 아직 미숙
페이스 조절 위해 1군 말소
원정 동행 복귀 시점 저울질
허문회 감독 “계속 선발” 공언
‘라이벌’ 이의리 첫 승 ‘자극제’

명단에서 빠진 김진욱은 2군으로 내려가지 않고 25일부터 시작한 kt 위즈, LG 트윈스로 이어진 릴레이 원정 길에 동행했다. 불펜에서 선배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복귀 시점을 노리고 있다.

김진욱은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 경기장에서도 불펜 피칭에 나서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그는 특유의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자신있게 공을 던져 기대감을 높였다.

김진욱이 선발로 나선 세 경기 모두 결과는 아쉬웠지만 내용면에서는 합격점이었다. 경기 초반 압도적인 구위로 상대 타자를 요리하며 괴물 신인의 면모를 뽐냈다. 신인답지 않게 과감하게 공을 뿌리는 모습에서 두둑한 배짱도 엿보였다.

그러나 두번째 타석부터 김진욱의 공을 눈에 익힌 타자들의 공략이 시작됐다. 실제 세 경기에서 김진욱은 1~2회에 단 1개의 안타만을 허용했지만 피안타율은 3회 0.308, 5회 0.455로 급격히 올라갔다.

실력이 부진한 것이 아니라 완급 조절과 수 싸움의 미숙함으로 해석된다는 평가다. 스트라이크존의 경계를 노리는 예리한 제구력은 프로야구의 좁은 ‘네모칸’에 아직 적응 중이다.

허문회 감독은 여전히 김진욱에 대해 무한 신뢰를 보낸다. 허 감독은 “김진욱의 투구가 괜찮았다. 어린 나이에 그렇게 던지기도 쉽지 않다”며 “스트라이크존이 아마추어 야구와 좀 다르기 때문에 적응하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1군 말소에 대해서도 “한 번은 쉬게 해주려고 했다. 선수 보호 차원이다”라며 “올해 1, 2군을 포함해 100이닝, 한 경기 100구 이상 던지지 않게 하려고 한다”며 예정된 수순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허 감독은 마땅한 왼손 투수가 없는 롯데 불펜의 사정에도 유일한 좌완인 김진욱에 대해 선발 기용을 고집하고 있다. 상대 팀 좌타자와의 대결 등을 고려할 때 좌완 불펜이 절실하지만 선수의 미래를 우선하겠다는 뜻이다.

허문회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김진욱의 불펜 활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중간계투로 몇 년간 활약하게 되면 선발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며 “멘탈이나 몸을 선발에 맞게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고교 시절부터 라이벌로 꼽힌 KIA 타이거즈 신인 왼손 투수 이의리의 활약은 김진욱에게 좋은 자극제다. 이의리는 28일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6이닝 동안 탈삼진 10개 무실점 완벽투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류현진·김광현·양현종’으로 이어진 국보급 특급 좌완의 후계자로 꼽히는 김진욱과 이의리의 라이벌 구도가 이제 서막을 올리는 모양새다.

잠실=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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