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원하는 부모 선택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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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자판기·아빠 자판기 / 조경희

아이들이 바라는 부모는 어떤 모습일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판기,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자판기. 아이들은 이 기발한 자판기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그림책 <엄마 자판기>와 <아빠 자판기>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도록 노력해 볼 것을 제안한다.

자판기 버튼 하나하나에 아이 마음 담겨
같이 놀아주고… 소소한 일상 함께하고…

두 권의 그림책 중 <엄마 자판기>가 2019년 여름에 먼저 출간됐다. 토요일 아침 “신우야~ 일어나!”로 시작해 “밥 먹어! 얼른” “양치 꼭 하고” “숙제 잘하고” “학습지 선생님 오시면 얌전히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비처럼 쏟아진다. 가고 싶은 놀이공원에 못 가서 속상한데, 그런 아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회사에서 돌아와서도 잔소리를 쏟아낸다.

‘엄마가 밉다.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잠이 든 신우. 다음날 눈을 뜨니 엄마는 사라지고 엄마 자판기가 생겼다. 피자맘, 청소맘, 놀이맘, 공주맘, 핸드폰맘, 자유맘. 신우는 버튼을 눌러 자신이 원하는 엄마를 모두 소환했다. 자판기에서 나온 엄마들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준다.

가정의 달을 앞두고 출간된 <아빠 자판기> 속 아빠는 너무 바쁘다. 주말을 맞아 “같이 요리하자”던 약속을 뒤로하고 아빠가 나가 버렸다. 발신자 이름이 ‘사장님’이라는 전화가 문제였다. 아빠가 회사에 간 뒤 아이는 온종일 혼자 놀았다. 아빠는 밤늦게 퀭한 얼굴로 돌아왔고, 다음날도 계속 잠만 잔다.

‘아빠 나빠. 우리 아빠 아니야’ 눈물 흘리는 신우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눈앞에 나타난 아빠 자판기에는 스포이트맨, 요리맨, 슈퍼맨, 텐트맨, 게임맨, 자유맨 버튼이 있다. 버튼들은 신우에게 “나랑 놀자”고 말을 건다. 스포이트맨은 어항의 물고기 똥을 함께 치워줬다. 텐트맨은 멋진 아지트를 만들어주고, 슈퍼맨은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사준다. 신우는 요리맨과 맛있는 볶음밥을 같이 만들었다.

<엄마 자판기>와 <아빠 자판기>의 버튼 하나하나에는 아이의 마음이 담겨있다. 잔소리 대신 같이 놀아주는 엄마, 소소한 일상을 같이 해주는 아빠. 아이들이 부모에게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조경희 작가는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한마디가 <엄마 자판기>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주인공 신우에게 아빠의 그림자를 찾아주고 싶어서 두 번째 그림책 <아빠 자판기>를 만들었다.

두 자판기에서 나온 엄마와 아빠 중 신우는 누가 제일 좋았을까? 혹시 스스로 원하는 대로 즐겁게 놀 줄 아는 부모, 자유맘과 자유맨이 아니었을까. 아이는 그냥 엄마랑 더 놀고 싶고, 아빠랑 노는 게 좋을 뿐이다. 5월에는 서로에게 말해보자. “같이 놀자.” 조경희 지음/노란돼지/각 56쪽/1만 4000원(엄마 자판기), 1만 6000원(아빠 자판기).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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