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 350벌·큐 사인 3000개… 화려한 무대 뒤는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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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부산 초연 뮤지컬 ‘위키드’

5000개의 LED 조명에 변화를 주는 600여 개의 조명 큐, 54번의 장면 전환, 81개의 오토메이션(자동화 장치), 350여 벌의 드레스, 가장 빠른 의상 체인지 16초….

다음 달 20일 부산에서 초연하는 뮤지컬 ‘위키드’를 설명하는 숫자들이다. 러닝타임 2시간 50분(러닝타임 포함)의 브로드웨이발 뮤지컬이 한국 무대 위에서 마법을 일으킨다. ‘위키드’ 부산 초연을 앞두고 서정민(44) 무대감독과 안현주(49) 의상 슈퍼바이저를 ‘위키드’ 공연이 한창인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홀에서 24일 만났다.

뮤지컬 속 ‘엘파바’와 ‘글린다’가 무대 위 마녀라면 두 사람은 무대 뒤 마법사다. 2013년 한국어 초연부터 2016년 재연, 2021년 공연까지 가장 난이도가 높은 뮤지컬로 꼽히는 ‘위키드’로 합을 맞춰왔다.


서정민 무대감독
“처음부터 끝까지 약속의 연결
세계 최초로 스태프 의상 맞춰”

안현주 의상 슈퍼바이저
“의상 총 제작비 40억 원 달해
엘파바 블랙 드레스 눈여겨보길”

■무대 위 약속의 뮤지컬 ‘위키드’

서정민 무대감독은 “무대 뒤에서는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쉴 틈 없이 움직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약속의 연결이라고 할 정도로 배우들 대사 음절, 손짓 하나하나가 모두가 ‘큐’ 사인”이라며 “지금까지 많은 공연 무대를 맡아왔지만 무대 뒤에서 가장 치열하게 움직이는 만큼 ‘위키드’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화려함’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명, 의상, 음향, 음악을 포함한 큐 사인을 모두 합치면 3000개 정도 된다는 설명이다. 러닝타임동안 배우들은 쉴 새 없이 무대 위를 날아다니고, 노래하고, 춤춘다.

무대 위 화려함은 90% 이상이 자동화 장치를 이용한 움직임으로 구현된다. 그래서 혹시 기계가 고장 났을 때, 배우가 무대 위에서 다쳤을 때를 대비한 ‘비상 계획(contingency plan)’도 철저하다.

서 감독은 “지난번 프로덕션 당시, 무대 위 장면이 진행되는 동안 기계 장치에 문제가 생겼을 때 관객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스태프가 해결하고 나올 수 있도록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스태프 의상을 맞췄다”면서 “브로드웨이 제작사에 확답을 받는 과정이 길었는데 스태프 망토 의상이 제작돼 나온 날 하필 기계 이상이 생겨서 바로 스태프를 투입해 해결한 일도 있었다”며 웃었다.

앙상블 배우가 무대 위에서 가벼운 부상을 당했을 때도 대체 배우가 바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항상 대기하고 있다는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또 다른 주인공, 의상

화려한 무대와 함께 ‘위키드’의 또 다른 주인공은 단연 의상이다. 무게가 20㎏에 달하는 ‘글린다’의 버블 드레스부터 초록 마녀 ‘엘파바’의 블랙 드레스, 디테일이 모두 다른 앙상블의 드레스까지 의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심지어 무대 위에서 눈 깜짝할 사이인 16초 만에 주인공 의상이 바뀌기도 한다.

안현주 의상 슈퍼바이저는 “20년 정도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의상 측면에서 최고의 작품을 물으면 항상 ‘위키드’라고 답한다”며 “11명의 의상팀이 의상 350여 벌, 신발 360켤레를 매일 관리하면서 무대 위 최상의 모습을 선보인다”고 전했다.

수작업으로 만든 의상 제작비를 모두 합치면 40억 원에 달한다. 안 슈퍼바이저는 “오리지널 작품 디자이너 수잔 힐퍼티가 착한 마녀 ‘글린다’는 하늘, 초록 마녀 ‘엘파바’는 땅이라고 상상하고 의상을 디자인했다고 한다”며 “땅과 하늘이 만나서 하나의 우정을 키워가는 감동적인 작품이다”고 전했다.

그는 또 “‘글린다’의 버블 드레스가 가장 눈에 띄지만, ‘엘파바’의 2막 블랙 드레스를 자세히 보면 땅 밑에 있는 석탄을 자르면 단면이 겹겹이 층으로 구성된 것처럼 350겹의 레이어 중간 중간에 블루, 레드 포인트가 있다”면서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의상은 엉덩이를 강조하고 바디라인이 잘 보이는 디자인으로 1900년대 초 영국 에드워드 시대 의상을 참조해 만들었다. 가장 비싸고 고급스러운 의상은 의외로 주인공 두 마녀의 의상이 아닌 ‘모리블 학장’의 옷이었다. 실크를 비롯해 최고급 원단을 사용했다고 한다.

200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위키드’는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소설 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를 원작으로 한다. 부산에서는 다음 달 20일부터 6월 27일까지 남구 문현동 드림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옥주현, 정선아, 나하나, 손승연, 남경주 등 뮤지컬 스타가 출연한다.

서울=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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