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제색도’부터 ‘황소’까지… 교과서 속 작품 ‘국민 품으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건희 컬렉션’ 들여다보니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소장 문화재·미술품 기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술품 애호가였던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평생 수집했던 ‘이건희 컬렉션’ 2만 3000여 점이 국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회장 유족 측이 이 회장 소장품 1만 1023건 약 2만 30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고 28일 밝혔다.

겸재 정선부터 이중섭 작품까지
국보 14건 포함 2만 3000여 점
모네·달리 등 세계적 거장 걸작도
국립중앙박물관, 6월 일반 공개

이건희 컬렉션은 고미술품,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의 근대미술 작품 등으로 구성된다. 감정가만 약 3조 원에 달하고 시가로는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 소식에 국보급 문화재, 국내외 거장의 작품이 해외로 유출될 것을 우려하던 문화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우선 국보와 보물을 포함해 총 2만 1600여 점의 고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되는 고미술품에는 국보 14건과 보물 46건이 포함된다. 주요 기증품으로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보살도’(보물 2015호), 월인석보 권11·12(보물 제935호), 청자 상감모란문 발우 및 접시(보물 제1039호) 등이 있다.

‘인왕제색도’는 조선 영조 27년에 그려진 작품으로 정선의 화법이 잘 나타난 조선 회화사의 걸작이다. ‘천수관음보살도’는 14세기 고려 불화로, 현존하는 고려불화 중에서 유일한 천수관음보살도이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등 국내외 거장의 근현대 미술품 14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와 전면점화 2점,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과 ‘농악’(1960년대),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 등이 기증 목록에 포함됐다. 해외 거장의 작품으로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9~1920),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1940),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1890년대)이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이들 작품의 시장 가격은 수백억 원에 이른다. 또 호안 미로, 마르크 샤갈, 카미유 피사로, 폴 고갱의 작품과 피카소의 도자 작품 112점도 함께 기증된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해외 유명 미술관에 비해 빈약했던 소장품의 수준을 단숨에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됐다. 특히 한국 대표 작가의 대표 작품으로 미술사를 쓸 수 있게 돼 국립현대미술관은 명실공히 국립 미술관으로서의 이름값을 할 수 있게 됐다.

부산시립미술관 기혜경 관장은 “이번에 기증되는 작품들은 리움미술관 전시에도 잘 안 나오던 것들로 그만큼 가치가 큰 작품들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그동안 소장하지 못한 한국 대표작가의 대표 작품을 소장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기증은 국내 미술계에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 회장 유족들은 대구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제주 이중섭미술관, 강원 박수근미술관 등 지역 미술관 다섯 곳과 서울대 등에도 143점을 기증하기로 했다. 지역 미술관 기증은 지역 미술관 활성화 차원에서 결정됐는데 부산은 대상에서 빠져 있다. 삼성 측이 지역 미술관에는 지역 출신 작고 작가의 작품을 기증하기로 했는데, 부산 출신 작고 작가 중에는 이건희 컬렉션에 소장된 작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전시를 통해 국민들에게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6월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특별공개전(가제)’, 내년 10월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명품전(가제)’을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 8월 서울관에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명품전(가제)’을 개최할 예정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