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12) 익명의 개인으로 표출된 시대의 비극, 안창홍 ‘부서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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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1953~ )은 체제와 제도에 반대하는 사회의식을 우회적으로 담아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자신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바탕으로 한 ‘가족사진’ 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인간성 상실의 문제를 다룬 ‘위험한 놀이’, 민주화 운동과 군부독재시대의 실상을 그려낸 ‘새’ 연작들을 발표하면서 개인의 서사를 본인만의 특유의 시선으로 통과시켜 시대를 이야기했다.

안창홍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 소수자, 청춘, 사랑 등을 소재로 익명의 개인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담아냈다. 2000년대는 ‘49인의 명상’과 ‘봄날은 간다’‘베드 카우치’ 등 빛바랜 사진을 바탕에 두고 다양한 변형을 시도한 작업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개인의 역사를 불러내, 사회의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고 만들어갔다.

안창홍은 회화 작업 외에도 사진, 드로잉, 조각, 판화 등 다양한 조형세계를 구축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대형 두상 작품들을 발표하며 스케일의 한계를 깨고 세상의 모순을 직시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부서진 얼굴’을 보면 깨진 액자 속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이 작품 속 여인의 모델은 안창홍 작가 어머니의 젊은 시절 모습으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우면서도 섬뜩하게 표현된 이 여인의 모습은 점점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현대사회를 뒤돌아보게 만든다. 이렇듯 작가는 우화적 변용 속에서 본질적 인간성의 비극을, 인간성 속에 깃들어 있는 영원한 불구를 화려하게 드러내고 있다.

박진희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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