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리·지원 뒷받침 안 돼 절망만 움트는 부산 청년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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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 지역 곳곳에서 청년들의 창업과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생태계 조성 움직임이 부산하다. 부산시와 부산도시재생지원센터가 29일부터 시작해 6월까지 진행하는 네트워킹 세미나가 눈에 띈다. 도시재생·청년·플랫폼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부산 스타트업의 양적, 질적 성장을 끌어내는 게 목표라고 한다. 29일 개소식을 갖는 해운대구 좌동 창업지원주택 내 ‘창업공간 100’도 주목된다. 부산시가 청년 창업가들을 위해 주거와 사무 공간, 스튜디오, 네트워킹 공간 등을 제공하는 일자리 연계형 행복주택이다. 지난 27일에는 중구 자갈치시장에 공유 오피스텔과 주방, 회의실을 갖춘 부산청년센터도 개소했다. 모두 청년 창업과 기업 성장의 거점으로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시설들이다.

부산 곳곳 창업 생태계 조성 사업들
실적 위주 정책 넘어 지속적 지원을

그런데 안타깝게도, 부산에서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는 이런 청년 지원 시설들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외형적인 시설 확충 이후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가 이어지지 않아 애초의 목표가 흐지부지하게 끝난 사례가 많아서다. 지난해에는 부산 중구 국제시장 청년몰에서 한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났다. 입점한 점포들이 줄줄이 폐업하고 청년들이 빚만 떠안은 채 거리로 내몰릴 정도로 큰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청년 시설의 개소와 홍보에만 열을 올린 지자체가 정작 청년 활동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지원에는 인색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자체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 대부분의 청년 지원 공간들이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해당 지자체 측은 청년몰 사업을 재추진하고 추가로 다른 청년 시설들의 문도 열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청년 시설이 많아지는 게 나쁜 일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속 빈 강정’을 경험한 청년들이 입주에 응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입주 이후에도 계속되는 지원을 염두에 두고 사업에 참여했는데, 오히려 폐쇄적 구조 속에서 시간과 자금만 낭비했다”는 청년들의 절망 섞인 목소리는 꼭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부산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성과나 실적 위주의 보여 주기 식 정책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앞서 말했듯, 부산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 창업 생태계 조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부산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려면 꼭 필요한 사업들이다. 다만 건물을 세우고 공간만 만들면 저절로 기업 생태계가 조성된다고 보는 단순한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 청년들을 유인할 프로그램 같은 여러 지원 방안들을 부산시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을 만드는 데는 행정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그러지 못하면 부산 청년의 마음을 얻을 수도, 부산 경제의 활력을 얻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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