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전기차 보조금 타지 유출, 대기질 개선 ‘백년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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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의 세금으로 지급하는 전기차 구매보조금이 부산이 아닌 다른 곳으로 줄줄 새고 있다고 한다. 정작 부산시민은 지원을 받지 못해 전기차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다. 부산시는 지난 2월 말부터 총 3500대에 한해 대당 최대 1300만 원의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중 승용차는 2303대인데, 약 40%인 921대가 법인에 배정된 물량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법인 차량 이용자의 상당수가 부산시민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산시의 지원금을 받은 전기차가 엉뚱한 지역에서 굴러다닌다는 얘기다. 이래서는 전기차 보급 목적인 부산의 대기질 개선은 연목구어일 수밖에 없다.

법인 지원 차량 40%가 타지서 운행돼
사용 지역 확인 등 더 꼼꼼히 집행해야

법인에 배정된 차량이 타지에서 운행되는 이유는 허술한 규정 탓이다. 렌터카, 리스 업체의 경우 법인 주소지만 부산이면 그만일 뿐, 최종 사용자의 주소지를 확인하지 않는 게 부산이 ‘보조금 호구’가 된 이유다. 최대 1300만 원에 달하는 보조금은 부산에서 받고, 구매한 차량은 전국 각지의 고객들이 이용하는 셈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법인 등록 테슬라 자동차 953대 중 40%가 넘는 384대가 부산에서 등록된 것이라고 한다. 개인 등록 차량(6.5%)보다 무려 6배나 높다. 사정이 이러니 부산의 법인 보조금은 지난 9일 벌써 바닥났다. 말 그대로 부산의 보조금은 먼저 본 법인이 임자였던 것이다.

허술한 보조금 지원으로 정작 전기차 보급의 원래 취지마저 흐려지는 게 더 큰 문제다. 부산의 법인이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해 전기차 구매를 포기하면 결국 전기차 보급 확대를 발판으로 대기질을 개선해 보려는 시도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전기차는 미세먼지의 30% 이상을 배출하고 있는 경유차 등 기존 자동차의 대안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도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을 위한 전기차 보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부산은 항만을 끼고 있는 데다, 대량의 화물이 이동하는 도시여서 더욱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이 절실한 곳이다. 이를 위한 최소한의 실천이 전기차 보급 확대인데, 부산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돼 걱정스럽다.

상황이 이렇다면 부산시는 지금부터라도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한층 꼼꼼하게 집행해야 한다. 전국의 대기질 개선도 물론 좋은 일이지만, 그렇더라도 세금을 내는 부산시민이 배제돼서는 안 된다. 지원되는 전기차가 확실하게 부산에서 사용되는지 등을 다른 지자체처럼 확인하고 따져야 한다. 한정된 재원으로 마련한 지원금인 만큼 특정 업체에만 과도하게 쏠리는 것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게 대기오염 도시의 악명에 시달렸던 부산의 대기질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또 시민 형평성에도 맞다. 그리고 이참에 국고·지자체로 이원화된 보조금의 일괄 적용 등 체계 개선과 전체 보조금 증액을 정부에 건의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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