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싸들의 관심은, 건강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는 ‘줍기 하면서 조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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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주워보면 알게 되는 일들이 있다. 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줍깅’(줍다+조깅) 활동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다.

“집에서 시민공원까지 가는 길에 봉투 2개를 다 채울 수 있을까 하면서 걸었는데 2km도 되기 전에 다 채워버렸어요.”(지난해 부산시 비대면 캠페인 ‘줍깅’ 참가자의 인스타그램)

환경단체·부산시 등 캠페인 잇따라
거리·해변 쓰레기 1위는 담배꽁초

우리나라 거리와 해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쓰레기 1위는 담배꽁초다. 환경운동연합의 지난해 전국 수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담배꽁초는 거리 쓰레기 1만 2055점 중 6486개(54%), 해변 쓰레기 3879점 중 635개(15%)로 가장 많았다. 2위는 모두 각종 비닐 포장재였다. 2018년 한국해양구조단 조사에서도 전국 해양쓰레기 중 담배꽁초가 21%로 가장 선두였다.

담배꽁초는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유해폐기물이다. 담배 필터의 성분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로, 분해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린다. 담배의 3분의 2는 길거리나 배수구에 무단투기되는데, 국내에서는 연간 판매량 700억 개비 중 460억 개비로 추정된다. 하천과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담배꽁초 1개는 물 500L를 오염시킨다.

생명그물과 자원순환시민센터, 부산걷는길연합 등 부산의 환경단체들이 지난 22일 시민들과 함께 담배꽁초를 중심으로 ‘줍깅’ 챌린지를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시민들은 제로부산 홈페이지(www.zerobusan.com)의 지도에 각자 수거한 쓰레기를 일정양 이상 기록하면 대나무칫솔 등 친환경제품을 받을 수 있다. 단체들은 이렇게 제작된 쓰레기 지도를 토대로 부산시와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과 배수관 교체 등 대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환경단체들은 기업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임진영 생명그물 사무국장은 “담배를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에 포함해 식품 기업들처럼 담배 회사가 담배꽁초의 수거와 재활용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수거가 된다면 재활용도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테라사이클 등 재활용기업을 통해서 담배꽁초를 퇴비나 공사장 보호벽, 건축자재 등으로 100% 재활용하고 있다.

박경애 부산걷는길연합 사무국장은 “해안가는 담배꽁초나 스티로폼, 공장지대는 산업폐기물 식으로 갈맷길마다 지역 특징을 반영한 쓰레기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면서 “최근 코로나19로 갈맷길을 완주하는 분들이 늘면서 거리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게 되는 분들도 늘어서 ‘제로부산’ 활동과 함께 갈맷길 쓰레기도 기록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줍깅’은 코로나19로 늘어난 야외 활동에 힘입어 더더욱 호응을 얻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10월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제1회 친환경 비대면 줍깅 캠페인’을 개최했다. 첫 행사인데도 선착순 100명에게 친환경 쓰레기봉투와 기념 맨투맨 티셔츠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가 11분 만에 마감됐고, 전체 신청자는 1500명에 달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부산시체육회는 올해 16개 구·군별로 관련 행사를 진행한다. 부산시자원봉사센터도 시민들을 대상으로 월 1회 조깅과 환경정화 활동을 함께하는 ‘쓰담(쓰레기를 담으며 걷가) 걷기’ 행사를 연중 운영하기로 했다.

부산시청 이민경 주무관은 “지난해 줍깅 행사에는 온천천, 낙동강, 여러 산 등 곳곳에서 가족 단위를 포함해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했다”면서 “올해도 규모를 확대해 2회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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