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콧대 높은 부산시민에 인정받아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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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원북원부산 선정 작가 북 콘서트

27일 부산시민도서관에서 열린 ‘2021 원북원부산 올해의 책 선정 작가 3인 북 콘서트’ 장면. 부산 MBC 안희성 아나운서, 정재찬 교수, 허승 판사, 류재향 동화작가(왼쪽부터). 강선배 기자 ksun@

원북원부산에서도 ‘윤여정 스타일의 재치’는 통했다.

배우 윤여정 씨는 최근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지목된 순간, “스노비시(Snobbish·고상한 체하는)하다고 알려진 영국인들이 나를 알아봐 주고 인정을 해줘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윤 씨는 ‘스노비시’라는 단어로 콧대 높은 영국인들을 들었다 놓으며 시상식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했다.

정재찬 교수·허승 판사·류재향 작가
“코로나 시대엔 책 통해 내면 여행을”
“함께 후보 오른 작품들도 많이 읽길”

원북원부산에서도 이 말이 등장했다. 2021 원북원부산 일반 도서 부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의 저자 정재찬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의 수상 소감에서다. 정 교수는 “그동안 원북원으로 선정된 작품들의 면면을 봤는데, 굉장히 수준과 안목이 높았다. 몇 년 전 <시를 잊은 그대에게>로 최종 후보에 올랐다가 떨어진 경험이 있다. 문화적 콧대가 높은 스노비시한 부산시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에 시민들은 웃음과 함께 박수로 화답했다.

27일 오후 부산시민도서관 시민소리숲에서 열린 2021 원북원부산 올해의 책 선정 작가 3인 북 콘서트는 코로나19로 참여 인원을 50명 내로 제한했지만, 열기는 후끈했다.

이날 행사 사회를 본 부산MBC 안희성 아나운서는 청소년과 어린이 도서 부문에 선정된 두 작가에게도 똑같이 소감을 물었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의 저자 허승 판사는 “법 관련 책이라 선정될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부산 청소년들의 높은 안목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욕 좀 하는 이유나>의 저자 류재향 동화 작가는 “어색하고 떨린다.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 해도 영광이다. 함께 후보에 올랐던 <5번 레인>이나 <막두>라는 작품은 독자로서 좋아하는 작품이다. 같이 많이 읽어주면 좋겠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의 저자 정 교수에게 사회자가 부산을 느낄 수 있는 시 한 편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부산은 시보다는 노래다”면서 즉석에서 ‘40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 울지 말고 속 시원히 말 좀 하세요~’라며 가수 박재홍 씨가 1950년대 부른 ‘경상도 아가씨’를 직접 부르자 관객석에선 박수와 환호가 함께 터져 나왔다. 정 교수는 “부산은 전체가 노래다. 부산에 관한 시가 뭐야 하지 않아도 더 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정서를 함양하고 있는 도시라 생각한다”고 해 큰 박수를 받았다.

또 코로나19 시대에서도 낭만을 찾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 교수는 “자기 자신의 내면을 찾는 것도 낭만이다. 현실적으로 여행을 갈 수 없는 이때, 책을 통해 낭만적인 여행을 떠나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이 책을 통해 마음속에 시심이 생기면,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정 교수는 이게 이 책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라고 했다.

사회자는 허승 판사에게는 특별히 어떤 독자를 염두에 두고 책을 썼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허 판사는 “과거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이 학교 밖으로 나가면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행정 소송을 담당하면서 생각보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지식이 도움이 많이 됐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지식이 대학에 가는 데만 쓰이는 지식이 아니라,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류 작가에게는 아이들을 위한 책을 쓸 때, 어떤 부문에 중요한 가치를 두고 글을 썼느냐고 물었다. 류 작가는 “어린이는 사회 약자다. 하지만, 어엿한 사회 구성원이고 시민, 즉 동등한 인격체라는 시각에서 글을 쓴다. 그리고 같은 눈높이로 보려 하고 그들의 삶에 들어가 고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욕 좀 하는 이유나>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면서 친근한 욕이 등장하는데, 그러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찾았을까? 류 작가는 “책 속 주인공 유나의 미션이 작가의 미션이 됐다. 실제 국어사전을 펼치면서 (욕을)하나하나 만들었다”고 대답했다.

이날 북 콘서트는 토크에 앞서 구모룡 원북 공동운영위원장의 경과보고,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의 인사말, 박형준 부산시장의 축사, BNK부산은행의 원북원부산 선정 도서 기증식이 열렸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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