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 열고 손 놓은’ 청년 시설, 희망 대신 절망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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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부산 중구 국제시장 청년몰 입구가 닫힌 모습. 청년몰은 2019년 12월 폐쇄된 뒤 여전히 빈 채로 방치되어 있다. 변은샘 기자

부산시가 청년 창업을 위한 시설을 짓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꿈에 부풀어 뛰어든 청년들이 도리어 좌절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의 한 청년몰에서는 지자체 외면 속에 점포가 줄줄이 폐업하는 바람에 한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짓고 보자’는 식의 행정이 아닌,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시는 27일 오후 중구 자갈치시장 3, 4층에 840㎡ 규모로 부산청년센터를 개소했다고 밝혔다. 시설 조성에는 6억 원이 투입됐다. 센터는 청년 공유 오피스와 공유 주방, 회의실 등을 제공한다. 이날 개소식에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신상해 부산시의장, 지역 청년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전통시장 등에 꾸준히 개관
부산시, 체계적 관리 외면
줄폐업에 ‘극단 선택’사례도
“실질적 사후 지원·감독 필요”

부산시는 센터가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문을 열어 창업 준비와 정책 참여 등의 청년 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청년 시설을 통해 사업을 했거나 시설을 이용했던 청년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부산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청년 공간에 대한 사후관리와 지원이 없어 청년 시설 대부분이 ‘용두사미’로 끝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 중구 ‘국제시장 청년몰’이다. 이곳은 2018년 5월 정부와 부산시가 15억 원을 투입했지만 1년 반 만에 철거에 들어갔다. 입점한 모든 청년 점포가 줄줄이 폐업하면서 청년몰에 먼지만 날린 것이다. 식당 점포 등을 열었던 청년들은 빚만 떠안은 채 길거리로 내몰렸다.

청년몰 조성 당시, 총 사업비의 10%인 750만 원만 개인이 부담하면 돼 인기가 많았다. 실제 2017년 3월 진행된 모집(15명)에서 100명 넘게 지원했다. 하지만 실제 운영은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당시 상인 대표를 맡았던 방승환(34) 씨는 “2019년 말 청년몰 내부에서 부산시 ‘청년사업지원비’와 공금 등 총 4000여 만 원에 대한 횡령 사건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년도 나왔다”며 “당시 구청에서는 책임소재를 피해 사실상 폐점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방 씨는 “청년몰이 재추진된다 해도 다시 입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숨진 청년은 청년몰에 개업한 점포가 적자에 시달리면서 막대한 빚을 떠안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구청에 의해 청년몰은 급하게 철거 절차를 밟았다. 당시 12개 점포 중 5개 점포가 영업을 이어갔지만, 부산시와 구청은 지난해 6월 폐쇄 결정을 내렸다. 그 이후 청년몰은 비어 있다.

지자체 청년 지원 사업이 청년의 죽음과 줄폐업 등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중구청은 올해 안에 청년몰 재운영을 계획한다. 중구청은 3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 배달 서비스 등을 추가해 청년몰 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중단됐던 청년몰 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구 내에서 운영되는 청년 공간은 2곳이 있고, 올해 안에 4곳이 더 문을 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관리 없이 시설 조성에만 중점을 둬서는 오히려 청년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산청년기업가포럼 김민규 회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는 많은 청년 정책은 사업을 시작할 때 투자하는 비용에 비해 관리유지에 투입되는 비용이 적다”며 “지속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에게는 오히려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 시간과 자금 낭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청년 참여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전례를 반복하지 않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청년희망정책과 관계자는 “청년들의 지속적인 참여율과 감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며 “부산청년센터에서는 청년의 참여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람이음도서관 등 청년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해 사후관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은샘·곽진석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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