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는 푼돈, 수익금은 목돈”… 활개 치는 불법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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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재정비 사업과 아파트 분양 등 부동산 광풍이 일자 이에 편승해 불법 현수막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대규모 분양을 앞둔 서부산 일대는 매달 수천 장의 불법 현수막이 철거된다.

27일 현재 부산 강서구를 비롯해 사하·서·영도구 일대에서 올해 3월까지 수거된 불법 현수막은 1만 9515만 장에 달한다. 구청에 공개적으로 수거된 것만 매달 6000장이 넘는 셈이다. 이들 지역에서 지난해 수거된 불법 현수막은 4만 9591장. 올해 1분기를 지났을 뿐인데 전년도의 40%가량 수거됐다.


무분별한 아파트 분양 홍보전
서부산 일대 매달 수천 장 철거
게릴라식 설치·변형 홍보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근절 어려워

단속이 이어지자 상대적으로 과태료 부과가 까다로운 변형 홍보까지 등장했다. 작은 크기의 전단을 전봇대에 무더기로 부착하거나 홍보물을 붙인 버스를 도로 갓길에 세워두는 식이다.

서부산에 불법 현수막이 더욱 집중되는 건 인근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 모집 홍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산에서 올 1월 기준 조합원 모집신고를 허가받은 지역주택조합 21곳 중 북·사상·사하·서·영도구 등 서부산권은 총 8곳(6527세대)이다. 부산 사하구 한 부동산 중개사는 "상대적으로 투자 관심도가 떨어지는 서부산 지역이 홍보에 더 열을 올리면서 불법 현수막이 상대적으로 더욱 많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각 기초지자체가 불법 현수막을 단속하고 면적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있다. 각 구·군 조례마다 불법 현수막에 부과하는 과태료 액수는 조금씩 다르다. 가장 일반적인 3~5㎡ 면적 기준, 한 장당 평균 25만 원 정도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과태료 부과는 느슨하기만 하다. 강서·사하·서·영도구청은 지난해 불법 현수막 4만 9591장을 수거했지만 부과한 과태료는 15억 원이 채 되지 않았다.

단속 인력의 한계 속에 처벌마저 솜방망이에 그치자 불법 현수막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비난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온다. 분양 거래 한 건을 성사시키면 수수료만 500~700만 원에 달하는 터라 분양사무소에서 과태료를 ‘푼돈’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것.

30년 넘게 일해온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불법 현수막이 판치면서 지역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부동산 업자들은 고사 직전”이라면서 “지자체가 불법 현수막 단속을 강화하고 엄격하게 과태료 부과에 나서야 문제가 근절될 수 있다”고 촉구했다.

글·사진=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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