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미혜의 젠더렌즈] 장애 여성의 성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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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새길공동체 이사장

지적장애 여성을 성 착취한 인터넷 방송 BJ 사건에 이어 지난주에는 지적장애 여성을 성매매 업소에 넘긴 일당의 징역형이 보도되는 일이 있었다. 장애 여성은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적 혹은 그 이상의 고통을 지니고 교육이나 취업, 결혼 등의 사회제도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기 보호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장애 여성은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거나 성 착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장애 여성은 무성적인 존재로 간주되고 있어서 이들의 성 문제는 여전히 갈등의 상태로 남아 있다.보호 필요한 존재로만 인식 말아야
장애 여성 성적 권리 표현 당연한 것
활발한 사회적 논의와 교육 필요해

우리 사회에서 장애 여성의 성 문제는 학문적인 분야에서도 잘 다루어지지 않는 주제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장애 여성이 자신의 성적 권리를 표현하지 못하도록 억압당하고 무성적인 존재로 인식된다면 이들은 성적인 존재로서 기본 권리뿐만 아니라 성에 관해 알 권리마저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들은 적절한 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고 성에 관한 부적절한 인식과 행동을 보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책의 마련도 어렵게 될 것이다.

장애 여성의 성은 신체적 정서적 손상을 우려하여 보호하려는 부모에 의해 통제를 받아 왔다. 이는 장애인들의 성에 관한 사회적인 규범과 연관이 깊다. 장애 여성에게 적용되는 성 규범은 보호의 관점에서 본 성의 위험성에 관한 강조이다. 장애 여성은 재생산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나 성적 쾌락을 누릴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없으며 단지 보호를 필요로 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성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표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이러한 표현을 부적절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식 뒤에는 장애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불완전한 신체나 지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성적인 욕구와 권리를 표현할 수 없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이런 가정을 강화시키는 것은 성에 대한 행동 규범의 형태로 여성의 의식과 사고를 통제하는 이데올로기이다. 제도화된 권력으로서 이데올로기는 장애 여성의 의식에 내재되어 끊임없이 성적 주체성의 존립을 어렵게 만들고 갈등하게 한다.

일상생활의 이성 관계는 외모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눈에 띄는 장애는 이성 관계에서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장애 여성의 신체는 불완전체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만일 장애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성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면 그 관계가 긍정적이지 않더라도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생각에는 사회적으로 부여되는 육체에 대한 이분법적 담론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장애에 대한 규정은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을 통해 비정상을 열등한 등급으로 정당화하는 차별을 만들어 낸다.

또한 장애 여성에게 이성 문제는 적절한 상대방을 찾지 못하는 것에도 있다. 심한 장애에 의해 어릴 때부터 가정에 소외되어 지내거나 제한된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경우, 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장애인들이 모여 있는 집단 속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는 일상 경험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장애인 집단에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도 커지고 비장애인의 집단에서보다는 거절당할 가능성도 작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안하고 접근이 쉬운 장애인 집단에서의 생활은 자신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어떤 장애 여성은 비장애 남성과의 관계를 원하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런 관계를 만들 기회가 적을 뿐 아니라 심지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갈등에 빠진다. 비장애인과 지속적인 이성 관계를 원하는 장애 여성은 거절에 대한 공포 때문에 지나치게 조심하거나 아니면 상처의 위험을 감수하며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런 경우 이들은 이성 관계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좌절을 벗어나고 관계 유지를 위해 자신보다는 상대방의 요구를 더욱 배려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성폭력과 성 착취에 매우 취약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일부 남성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성에 관한 활발한 논의는 장애 여성의 성에 관한 무관심이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더불어 이성 관계 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성교육이 장애 여성에게 주어진다면, 그리고 지역사회 차원에서 성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다양한 장(場)이 형성된다면 이들에게 성은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게 되고, 보다 안전하고 평등한 성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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