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생태계 구축에서 미래를 발견한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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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를 생존 기회로

각국 정부는 기후 위기 대응에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합의에 도달,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을 비롯한 국제협약 등을 거쳐 탄소중립사회라는 대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정부도 수소 생태계 구축을 탄소중립사회의 주요 축으로 삼겠다는 방향을 정하고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지난해 12월 ‘2050년 탄소중립 추진전략’, 올 1월 수소법 제정 등 발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런 글로벌 흐름 속에서 동남권 경제가 빠르게 부상하는 ‘수소 경제’에 주목, 수소 생태계 합류 노력을 펼치게 된 것은 그저 우연만은 아니다. 산업화 시기부터 조선, 자동차, 기계 분야에 몸담고 ‘대한민국호’ 수출 첨병 역할을 해 온 동남권 기업들은 오랜 기간 주력 산업 퇴조 흐름을 온몸으로 절감하면서도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급부상하는 수소 경제에서 ‘새로운 빛’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동남권 기업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바로 동남권 기업들이 가장 익숙하면서도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는 부품, 소재, 기계 부문이 새로운 수소 경제 시대에 다시 꽃 피울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환경 규제 흐름을 주목해 온 조선기자재기업 (주)파나시아, (주)엔케이 같은 부산 기업들이 길게는 10여 년 전부터 확보해 온 선박평형수처리장비를 발판으로 최근 2~3년새 빠르게 성장한 일이 대표적이다.

조선이나 자동차, 기계 산업에 합류해 부품을 생산하고 공급하고 이들 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소재나 설비를 개발·지원해 온 동남권 기업들은 새로 구축되는 수소 생태계에 가장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여기에 수소 생태계 합류에 가장 적극적인 산업 부문이 선박, 자동차 등 모빌리티 분야라는 점도 동남권 기업들의 수소 산업 진입을 추동하고 있다.

실제 경쟁 기업에 한발 앞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나서 실험적 도전에 올인하는 선도적 동남권 기업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미지의 분야에서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각종 규제를 뛰어넘으려는 이들 기업에게 동남권 경제를 글로벌 수소 산업의 주요한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앞장서는 이른바 ‘동남권 수소 프런티어’ 타이틀을 부여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환경 규제가 새로운 산업 태동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간파한 파나시아와 엔케이는 기존 조선기자재 부문과 더불어 수소 산업에서 부지런히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이미 파나젠이라는 수소추출기 개발 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는 파나시아는 대전시와 손잡고 실제 수소 산업 현장에서 제품 구축에 나설 정도로 달려나가고 있다. 남다른 압축용기 개발 기술력을 보유한 엔케이 역시 생산 수소 저장·운송을 위한 설비인 튜브 트레일러 개발과 급성장하는 수소차 시장에 대비, 수소충전소 구축 노하우도 쌓아나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전기·수소차 분야 확대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온 동남권 대표 자동차부품기업인 (주)성우하이텍은 산업 변화를 따라 잡기 위해 국내외 사업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 수소연료저장장치(수소탱크) 등의 개발에 나서 이미 완성 단계에 있거나 곧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1970년대부터 여러 산업 현장에 필요한 발포제를 생산하며 정밀화학소재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한 (주)금양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가공 기술 덕분에 소재 부문 국내 최고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손잡고 전기차와 수소차에 반드시 필요한 새로운 연료전지 핵심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의 도전은 동남권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험난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동남권 내 부품, 소재, 설비 기업들 대다수가 중견·중소기업으로, 수소 산업에 뛰어든 글로벌 대기업들에 비해 자본력과 기술 개발 속도에 있어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산시와 경남 창원시, 울산시 등 동남권 지자체 역시 이런 사정을 파악,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내 어느 지자체보다 수소 경제 흐름에 빠르게 올라탄 창원시의 경우 일찌감치 정부의 수소차·수소충전소 보급 거점도시로 선정되는 등 수소 산업 도시 위상을 굳건히 구축해나가고 있다.

동남권 학계에서는 부산대학교 수소연구소를 필두로 한 여러 연구기관에서 아직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수소 산업 미래에서 동남권 기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협력 등 측면 지원에 나서고 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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