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력제품 개질수소 추출기 ‘파나젠’, 100% 국내 기술로 개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동남권 수소 프런티어] 파나시아

수소 생산 부문에 도전하는 부산 조선기자재기업 (주)파나시아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부산 강서구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설치돼 시운전을 진행 중인 수소추출기 파나젠(PanaGen) 시제품. 아래 사진은 파나시아가 대전시, 대전도시공사, (재)한국이산화탄소포집센터와 소규모 수소추출설비 구축 사업 진행을 위해 맺은 업무협약식. 파나시아 제공

조선기자재기업 (주)파나시아(대표이사 이수태)는 수소산업에서 기업 미래를 찾아나서고 있는 부산의 대표 기업 중 하나다. 수소 소비나 활용 부문에서 기회를 찾고 있는 여타 기업들과 달리 파나시아는 담대하게 수소 생산 부문에 도전장을 내고 기업의 ‘퀀텀 점프’(대도약)를 노리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격전장이지만 부산의 이 기업은 벌써 가시적인 성과까지 내고 있다.

부산 미음산단에 위치한 파나시아는 수소 생산을 위해 2020년 4월 대전시와 수소 추출설비 투자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부산 강서구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시제품을 설치해 시운전에 들어가는 등 수소 기업 면모를 차근차근 갖춰가고 있다.

시대 흐름 맞춰 일찌감치 수소 산업 진출
파나젠, 개질수소 경량·소형화 가능 설비
촉매기술 국산화, 성능·가격 경쟁력 높여
99.999% 고순도 수소 추출에도 성공
이수태 회장 리더십, 기술 개발 ‘원동력’

파나시아가 수소산업에서 미래를 찾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최근 수년간 세계적 환경 규제 움직임을 타고 급성장을 해 온 기업 이력과 연관이 있다. 국제해사기구에서 선박 황산화물 규제에 본격 나서면서 선박용 황산화물 저감장치인 스크러버를 생산해 온 파나시아로 수주가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2018년 647억 원이던 매출액은 2019년 3284억 원, 2020년 3558억 원 등으로 빠르게 불어났다. 파나시아 관계자는 “세계적 친환경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던 중 차세대 친환경 사업으로 수소산업이 유력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마침 글로벌 기업들도 연이어 수소산업에 뛰어들었고, 정부도 수소산업 집중 육성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던 중이었다.

일찌감치 수소산업에 발을 들여놓은 파나시아가 선보인 첫 성과는 천연가스 개질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추출기 ‘파나젠’(PanaGen)이다. 파나젠은 LNG에서 수소를 분리, 추출하는 개질수소 생산설비다. 현재 국내 충전소 등에서는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인 부생수소를 사용하지만 파나젠에서 생산할 수소인 개질수소는 유통비용 절감, 환경적 우수성, 높은 생산성 등을 자랑한다.

그 중 파나젠을 설치만 하면 기존 천연가스 공급망을 활용해 바로 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장점이다. 파나시아 관계자는 “개질수소 추출기는 경량·소형화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며 “천연가스를 이용한 개질수소는 수소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나시아의 첫 개발 제품은 시간당 30N㎡를 생산할 수 있는 천연가스 개질을 통한 수소추출기다. 수소 추출기의 핵심 기술인 PSA(고순도 흡착분리공정), WGC(수성가스 전이 공정) 등 전체 시스템을 100% 국내 기술로 개발 완료했고, 나아가 수입에 의존하는 촉매기술도 국산화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또 2020년 7월부터 올 3월까지 9개월의 실증 테스트를 거쳐 99.999%의 고순도 수소 추출에도 성공했다. 2022년 초 대전시 수소충전기지에 납품할 제품은 시간당 250N㎡를 생산할 수 있는 제품으로 하루 500kg을 생산, 수소 대형버스 20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파나젠의 또 다른 장점은 안전에 중점을 둬 수소 생산 전 과정을 원격으로 관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소 생산설비 제작업체인 파나시아에서 파나젠을 설치한 수소충전소 등에 대해 모든 과정을 원격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설비를 통제하는 수준까지 구현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파나젠은 발빠르게 차세대 제품으로 건물용 수소추출기 개발, 건물용·발전용 연료전지 시스템 판매 등도 추진 중이다. 이는 최근 발전사업자에 대한 신재생 에너지 사용 비율 강화 움직임과 각 지자체의 친환경 건물에 대한 다양한 혜택 등 국내 친환경 움직임과도 연계돼 있다. 이미 시제품 형태의 파나젠이 개발 완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건물용 수소추출기 개발 역시 머지 않아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파나시아는 이산화탄소 포집기(CCUS)도 개발, ‘블루 수소’를 실현했다. 이 점이 이산화탄소가 발생, ‘그레이 수소’로 분류되는 천연가스 개질수소의 약점을 극복, 남다른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부분이다. 특히 이 제품은 배기가스 전 단계에서 포집하는 기술이어서 효율 극대화, 원가절감, 경량화 등을 구현했다. 파나시아는 향후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로 수소추출기 외에도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하는 선박용과 플랜트 시장에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파나시아 선박용 이산화탄소 포집기는 이미 설계 완료 후 바지선에서 실증테스트를 거쳤으며 올해 8월께 선급 승인을 획득해 연내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나아가 파나젠은 장기적으로 ‘그린 수소’라 일컬어지는 최종 단계인 물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인 수전해방식 수소추출기 개발도 시작했다. 수전해방식 수소추출기는 이산화탄소 등 환경적 부산물이 전혀 나오지 않는 방식이어서 개발 성공 시 파나시아의 미래가 새롭게 열릴 것으로 보인다. 파나시아 관계자는 “앞으로 전략적 파트너를 찾거나 M&A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파나시아의 수소 부문 개발 역량을 끌어올릴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나시아의 과감한 도전은 이수태 회장의 리더십이 뒷받침됐다. 이 회장은 1989년 창업 후 늘 선제적으로 핵심 기술 개발에 나서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해 온 CEO로 잘 알려져 있다. 세계적 환경 위기 대응 움직임을 파악하고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일, 4차 산업혁명 움직임에 스마트 공장으로의 변신을 꾀한 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수소 시장 진출 역시 이 회장이 직접 사업을 주도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파나시아는 기업 내적 노력에 더해 정부·지자체의 지원도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수소 경제 전환을 공언했지만 현재 기술력으로 기존 에너지원들보다 생산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석연료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의 수소 수요 계획에 대비한 공급 계획 마련이 절실하다는 게 파나시아의 조언이다. 특히 국내 공급 수소가 일본 등 해외에서 수입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에너지 자립 등을 고려해 국내 수소 생산 기업 육성·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부산시의 수소산업 육성 의지가 타 지자체에 비해 강하지 않다는 점도 ‘부산의 수소 프런티어들’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당장 수소충전소만 해도 부산은 단 2곳뿐으로 울산이나 창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신 영역인 수소산업에 도전하는 지역 기업들로서는 수소 인프라 부족이 기술 개발이나 영업·마케팅에 제약이 될 수 있다.

파나시아 역시 첫 제품인 파나젠을 개발하고도 지역에 수요처가 없다 보니 대전시와 MOU를 맺고 제품을 납품하기로 하는 등 타 시·도를 상대로 기술협력이나 영업을 펼쳐왔다. 자칫 부산에 수소산업 기회가 확대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부문에 도전하는 지역 기업들의 역외 유출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