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산업 메카에서 ‘수소산업 도시’로 변신하는 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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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경남 창원시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수소산업 도시’이다. 명실상부한 수소 도시 창원에서 수소 관련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메카였던 창원시가 다양한 수소모빌리티 개발 중심도시로 부상하면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기계산업 메카에서 수소산업 중심도시로

창원시의 수소산업 육성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와 함께 기존 기계산업의 쇠퇴로 창원경제가 침체하면서 경제위기 극복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 기계산업을 이끌어 온 창원국가산업단지가 기계류와 정밀기기, 전기·전자제품, 수송장비 등 주력 제품의 수출 감소로 주요 입주업체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화됐다. 창원공단 기업체의 경영난은 ICT(정보통신기술)를 중심으로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로봇기술, VR(가상현실)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계산업의 쇠퇴와 주력 제품의 경쟁력 저하가 주된 요인이었다. 이는 대한민국 ‘기계산업의 메카’로, 국가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창원경제의 위기로 이어졌다.

이러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창원시는 2015년 5월 ‘미래 20년 창원전략산업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사업을 새로운 전략산업으로 선정하는 등 수소산업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게 됐다. 수소차 부품산업 전문기업 육성, 수소차 시범 보급과 수소충전소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수소차 산업활성화 종합계획’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당시 창원시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 유일하게 수소산업 정책을 추진한 적극성과 의지를 인정받아 2015년 12월 정부의 ‘수소차 및 충전소 중점 보급도시’로 선정돼 업무용 수소차량 도입과 경남 최초의 수소충전소(팔용충전소) 구축에 나섰다.



■‘수소산업특별시 창원’과 ‘수소버스 시범도시’

2018년 6월 정부는 전기·수소차 보급 확산과 국내 자동차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전기·수소차 활성화를 통한 차세대 혁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발맞춰 창원시도 △방위산업 △항공산업 △수소산업을 창원의 3대 핵심 동력산업으로 선정했다. 이어 기존 기계산업과의 연계 발전, 국내 최대 규모(134개 사)의 수소 관련 기업체 입지 등을 토대로 ‘수소산업특별시 창원’을 선포하고, 독자적인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과 활성화를 추진했다.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2018 창원 국제수소에너지 전시회 및 포럼(H2WORLD)’을 개최해 지역 수소 관련 기업체의 홍보와 비즈니스 매칭을 지원했다.

창원시는 2018년 11월 영남권 기초지자체 중 유일하게 환경부로부터 ‘수소버스 시범도시’로 선정됐고, 수소충전소(성주충전소)도 준공했다. 2019년 6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CECO에서 열린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는 국내 최초의 수소 시내버스 정식 노선 운행 개통식과 국내에선 처음으로 도심에 구축된 패키지형 수소충전소 준공식을 개최해 창원시의 수소산업 정책 역량을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류효종 창원시 스마트혁신산업국장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수소산업을 특정 대기업에서 추구하는 막연한 신산업으로 인식할 정도였으며, 대부분의 관련기술이 해외에 종속돼 있고 관련 법과 제도가 없어 수소산업 활성화는 요원한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실정에도 창원시는 지역 내 수소 기업체와 유럽 수소기업 간 기술이전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수소산업 육성과 수소차 보급·충전소 구축 등 분산돼 있던 수소산업 관련 업무를 전략산업과로 일원화해 행정업무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등 수소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수소 자급자족·수소트램 운행, 창원서 출발

산업통상자원부와 창원시는 지난 19일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수소에너지 순환시스템 실증단지에서 국내 1호 분산형 수소생산기지 준공식을 개최했다. 창원 수소생산기지 준공은 국산 장비로 수소를 자체적으로 생산·공급하고, 수소상용차 전용 충전소를 통해 수소버스와 수소트럭에 수소를 보다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수소차 보급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승우 창원시 수소산업정책관은 “창원 수소생산기지는 국내 최초로 수소 생산과 공급이 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온-사이트(On-site) 수소충전소’로, 앞으로 수소버스용 대용량 국산 충전설비까지 운영되면 창원은 국내 기술로 수소생산과 대용량 충전을 구현하는 진정한 수소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수소트램도 최근 공개됐다. 현대로템은 트램용 핵심부품과 시험 플랫폼 개발을 통한 실증사업, 시제 차량의 주행 성능 검증 등을 거쳐 상용화할 계획이다. 수소트램은 미세먼지와 유해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인 데다 경제적인 차세대 도시교통 수단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창원시는 오는 2030년 도시철도 노선에서 수소트램을 운행한다는 방침이다.



■2040년까지 수소차량 5만 2000대 이상 운행

2016년부터 수소차 보급이 시작된 창원에서는 현재 승용차 796대, 버스 28대 등 모두 824대의 수소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2019년 6월 전국 최초로 수소 시내버스 정규 노선 운행을 시작했고, 올 1월에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5t 수소 청소트럭의 실증 운행도 개시했다. 5곳(성주, 팔용, 중앙, 덕동, 죽곡)의 수소충전소가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2개소의 충전소가 추가로 구축된다. 올해 말에는 국내 최초의 수소모빌리티 통합형 수소충전소도 완공된다.

시는 수소산업 고도화를 위해 수소에너지 특성화 대학원 설립·운영 업무협약 체결과 함께 창원대 대학원 환경공학과 교과과정에 수소 관련 강좌도 개설·운영 중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소모빌리티 연구본부가 창원에 들어섰고, 미래모빌리티 연구지원센터도 건립된다.

창원시는 지난해 7월 ‘수소중심 새로운 창원’이라는 수소산업 비전을 발표했다. 이 비전 계획안에 따르면, 목표 연도인 2040년에는 연료전지발전 활성화로 연간 727만 t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총 5만 2500대의 수소차량 보급·운행으로 1일 성인 256만 명의 공기소비량에 해당하는 1412t의 공기정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됐다. 또 2022년 1만 8400가구의 전력사용량에 해당하는 130MWh 규모의 전력공급을 시작으로 발전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2040년에는 창원시 전체 43만 8000여 가구 전력사용량의 3분의1 규모인 1.2GWh의 전력을 연료전지발전으로 공급해 에너지 자립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전력망 구축에 따른 에너지 안보 확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소 관련 산업 종사자를 포함한 일자리는 올해와 내년에 각각 400명과 1000명에서 2025년에는 5000명으로 증가하고, 2040년에는 현재 창원국가산단 근로자의 3분의1 수준인 4만 2000명까지 늘어난다. 수소산업의 지역경제 창출효과는 올해 1400억 원에서 2025년에는 1조 5000억 원으로, 2040년에는 7조 2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창원시는 올해 3월 ‘창원시 수소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공포해 창원시 차원의 수소산업 육성과 각종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성훈 기자 lee77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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