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품은 윤여정 “나는 한국서 온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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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배우 윤여정(73)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새 역사를 썼다. ▶관련 기사 3·14면

영화 ‘미나리’ 속 전형적이지 않은 할머니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은 한국 시각 26일 오전 9시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당당하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국 배우 최초 여우조연상 쾌거
‘미나리’서 할머니 ‘순자’ 열연
아시아 배우론 63년 만에 수상

지난해 한국 영화 ‘기생충’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4관왕을 차지했지만, 연기상 부문 후보는 한 명도 내지 못했다. 윤여정이 그 아쉬움을 해소한 셈이다. 아시아 배우로는 1958년 영화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일본인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 번째이자 63년 만의 수상이다.

시상자로 나선 배우 브래드 피트의 호명을 받고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브래드, 드디어 만났네요. 어딨나요, 우리가 털사에서 영화 찍을 때 어디 있었느냐”고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브래드 피트가 ‘미나리’를 제작한 플랜 비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지만 처음 만났다는 말이다.

이어 윤여정은 “저는 한국에서 온 배우고 유럽 사람들은 여영, 유정 등 다양하게 부르는데 제 이름은 윤여정이라고 한다. 오늘 밤은 (잘못 불러도)모두 용서해 드리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아시아에 살면서 오스카 시상식을 비롯해 서양 TV 프로그램을 많이 봐 왔는데 내가 여기 이 자리에 와 있다니 믿을 수 없다”며 “‘원더풀 미나리 패밀리’에게 감사하고 특히 리 아이작 정 감독이 없었으면 오늘 밤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우리의 캡틴이고 내 감독이다”고 강조했다.

윤여정은 또 “글렌 클로스 배우의 훌륭한 연기를 정말 많이 봐 왔고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에게 이기겠느냐”며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은 모두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하고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운이 조금 더 좋았을 뿐이다”고 겸손하게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는 “저를 일하도록 종용하고 잔소리를 한 두 아들 덕분에 상을 받을 수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며 “저의 첫 작품 감독인 김기영 감독이 살아계셨다면 매우 기뻐하셨을 거다”고 한국의 대감독 김기영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한편, 작품상과 감독상은 ‘노매드랜드’가 가져갔다. ‘노매드랜드’를 연출한 중국계 클로이 자오 감독은 여성 감독으로 두 번째이자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나리’는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에만 만족해야 했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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