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아동을 위한 법(法)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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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어린이의 존재는 이 땅의 가장 큰 축복이라고 했다. 그런데 양모의 지속적 폭력으로 사망에 이른 생후 16개월 정인이 사건이나 여행 가방에 갇힌 채 숨을 거둔 9살 아동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 제2의 정인이일 수 있는 아동학대 사례는 증가 추세다. 연도별 아동학대 신고·접수 총계는 2015년 1만 9214건에서 2019년 4만 1389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연도별 피해 아동 발견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그 아이들을 지켜 내지 못하고 있는가. 다른 사회적 문제가 그랬던 것처럼, 이 경우도 결국 시스템과 사람이 문제였다. 시스템의 미비는 관련 법제와 제도 구축의 모자람이고, 사람의 문제는 제도 운용과 우리 모두의 인식 부족이다. 매년 11월 19일이 아동학대예방의 날이란 걸 우린 얼마나 인식하고 있었는가.

학대 아동에 대한 우리 보호 체계
적극적 사전예방 아닌 사후 대처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에 주목
피해아동중심적 제도 시행 필요

아동학대 판단은 지체하면 안 돼
자치경찰제 돼도 구조적 보장을


우리나라에도 국가적 학대 아동 보호 시스템이 있다. 그런데 학대 아동에 대한 우리의 보호 체계는 적극적인 사전예방에 중점을 두지 않고 학대 신고 접수 후의 사후 대처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 더군다나 사후 대처 방안도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에 주목할 뿐 정작 학대 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관리 종료 후의 공공의 지속적인 개입 시스템은 부족하다. 전문가들이 아동학대 예방과 재발 방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아동학대에 관한 대표적인 법률이 2014년 1월 제정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다. 이 법은 그해 9월부터 시행되어 2021년 현재 시행 7년에 접어들었다. 종래 아동복지법에도 아동학대 처벌과 예방에 대한 관련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을 통해 아동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특별법을 제정했다.

그런데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을 하겠다는 아동학대처벌법은 2021년 1월 개정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과 내용이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에 중점이 있었다. 사회적으로 주목한 범죄 발생에 대한 가장 쉬운 대책이 특별법에 의한 형 가중이다. 정인이 사건 발생 후의 법 개정도 결국 아동학대 범죄의 법정하한형을 가중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자칫 처벌만능주의의 위험성을 높이는 반면 법정하한형이 높아짐으로써 엄격한 입증책임으로 인한 실제 기소율이나 처벌 사례 감소의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차라리 양형 기준을 높여서 필요한 처벌이 실질화되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다.

또한 법률 명칭은 ‘아동학대처벌법’이지만 입법 목적은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이라는 점에서, 아동학대와 관련한 규정들을 통합해서 단일 법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아동복지법에 여전히 잔존하는 아동학대 관련 규정을 아동학대처벌법으로 통합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의 예방도 아동복지 보장의 한 내용일 수 있지만,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특별법으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도 강력한 대처 방안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아동중심적 제도 고안이다. 따라서 학대 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큼 피해 아동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조치나 재범 방지에 관한 내용도 더 세밀하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원 가정 보호의 원칙이나 보호자의 1차적 양육 원칙을 앞세워 2차적 양육자로서의 국가를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경우가 학대 아동의 보호다. 국가의 적극적인 나섬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아동학대 상황에 대한 판단은 지체해서는 안 되는 전문적인 영역이다. 그래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증원과 아동학대 범죄 전담 전문사법경찰관의 양성이 필요하다. 오는 7월부터 우리 지역에도 자치경찰제가 전면 시행된다. 자치경찰의 주민생활 안전 업무 내용에는 아동·여성·청소년 등 취약자 보호 및 범죄예방 업무가 있다. 경찰 수가 증원된 것이 아니라 국가경찰의 전환체제라서 여전히 주민을 위한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의 수가 부족할 것임은 예상되는 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경찰에서 아동학대 범죄 전담경찰관의 충분한 확보는 구조적으로 보장되어야만 한다.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이 법의 다른 하나의 지향점인 아동학대 예방이고, 궁극적인 목적이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지켜 주고자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 법 개정에는 우리 사회의 아동 중 누구도 피해 아동이 되지 않도록 그러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사전예방적 수단의 강구도 더 깊게 고민해야 한다. 이 땅의 축복인 아동들을 위해 국가가 있어야 하는 곳은 바로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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