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혼탁이 생기는 ‘비문증’, 조기 검진으로 정확한 원인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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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눈안과

사람 눈의 안쪽은 유리체라는 물질로 채워져 있고, 이는 투명한 젤리 같은 조직이다. 유리체로 인해 눈은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빛을 통과시켜 망막이라는 눈의 신경에 물체의 상이 정확히 맺히게 된다. 즉, 깨끗하고 투명한 유리체가 유지돼야 또렷한 시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유리체에 변성이 생겨 안구 내에 찌꺼기 같은 것들이 보인다면 ‘비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날파리 같은 작은 벌레들이 아른거린다거나, 시야에 거미줄 혹은 줄 모양의 음영이 보이기도 하고, 눈을 감거나 움직일 때 번쩍거리는 현상이 생긴다면 비문증이 발생했거나 발생 가능성을 암시하는 증상이다. 이런 비문증은 평소 눈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생길 수 있는 질환이다.

노화·질병·외상, 가장 큰 원인
시야에 줄 모양 음영 보이기도
검진 통해 원인에 맞는 치료를
유리체 절제술·레이저 치료법
합병증 등 동반, 권하지 않아

■노화, 질병, 외상이 원인

비문증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상적인 노화 과정으로 인한 비문증과 질병, 외상으로 인한 비문증이다.

먼저 노화로 인한 비문증은 주로 50~60대 노년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눈의 신경인 망막에서 후유리체막이라는 조직이 분리되면서 발생한다. 분리가 일어날 때 찌꺼기가 생기게 되고, 이를 환자가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문증은 특별한 치료 없이 적응하는 것이 상책이다. 가끔 눈이 아주 나쁜 고도근시의 경우 10대 후반부터 후유리체막의 분리가 발생해 젊은 나이에도 비문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질병으로 인한 비문증이다. 눈의 신경인 망막이 찢어지는 ‘망막열공’, 당뇨 환자나 망막혈관폐쇄증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유리체 출혈’, 안구 내 염증이 발생하는 ‘후포도막염’ 등이 원인이다. 이 중 가장 많은 발생원인은 망막열공이다. 망막열공은 후유리체막의 박리가 발생하면서 신경이 찢어지는 질환으로 비문증을 동반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소중한눈안과 구남균 대표원장은 “비문증이 동반된 망막열공은 조기에 발견돼 간단한 처치로 치료가 가능하나, 비문증이 동반되지 않은 망막열공은 증상이 없어 방치될 수 있다. 망막열공이 방치될 경우 망막박리로 진행돼 실명까지 가능하다”며 “어찌 보면 비문증이 동반된 망막열공은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 환자의 경우 당뇨합병증으로 안구 내 출혈이 생기곤 하는데, 이때 비문증이 나타날 수 있다. 고혈압 등으로 인해 망막혈관에 꽈리가 생기거나 눈 혈관이 막히는 망막정맥혈관폐쇄증이 생길 경우에도 눈속 출혈이 동반돼 비문증을 느낄 수 있다. 안구 내 염증도 비문증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세 번째는 안구의 외상이 원인인 경우다. 외부충격으로 인해 눈 안쪽의 안구조직(수정체, 망막, 유리체 등)에 손상이 유발되면서 후유리체 박리나 유리체 출혈이 발생해 비문증이 생길 수 있다.

■비문증 증상 반드시 검사 받아야

비문증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노화 때문인지 질병이 원인인지 판단은 증상만으로 힘들고, 안과 검진으로만 가능하다.

구남균 원장은 “비문증 환자 중 열에 아홉은 정상적인 노화로 인한 비문증이다. 하지만 광시증(눈을 움직일 때 번개가 치듯이 불빛이 번쩍이는 증상)이나 떠다니는 물체의 숫자가 많아지거나 변화를 겪는 환자는 세심하게 봐야 한다. 이는 망막열공이나 유리체 출혈이 매우 의심되는 증상이다. 비문증과 함께 안구통증, 충혈, 시력저하 등이 동반되는 경우 또한 눈속출혈이나, 후포도막염으로 인한 비문증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으로 인한 비문증은 원인 질환에 맞게 치료하면 호전을 보이게 된다. 반면 노화가 원인인 비문증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물체가 희미해지고 작아지게 된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대부분 눈속에 찌꺼기가 있는 상태다. 한데 어떤 이에겐 비문증이 생기고 다른 이에겐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찌꺼기의 위치 때문이다. 찌꺼기가 눈속 신경의 중심부(시신경·황반부) 부근에 위치하면 선명하고 크게 보이지만, 눈의 중심부에서 벗어나면 보이지 않는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젤리 같은 유리체가 물처럼 액체로 점점 변하는데, 물처럼 변화된 눈속 조직이 많을수록 찌꺼기의 이동이 원활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위치가 중심부에서 벗어나 치료 없이도 좋아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60대 이상 비문증은 몇 달 가다가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술·레이저 치료는 ‘비추’

비문증 치료엔 수술이나 레이저를 이용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구남균 원장은 굳이 이 방법들을 권하지 않는다. 구 원장은 “수술을 통해 눈속에서 찌꺼기를 제거하는 ‘유리체절제술’은 백내장, 눈속 감염, 망막박리 등 위험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하지 않는 게 좋다”면서 “즉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다 태우는’ 것처럼 눈속 찌꺼기를 잡으려다 눈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커다란 찌꺼기를 잘게 부숴 조각내는 레이저 치료 또한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다. 찌꺼기 크기는 작아지지만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예전엔 여러 병원에서 시행되다 지금은 시술하는 병원이 거의 없다.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다른 어떤 신체조직보다 눈이 소중하다는 뜻이다. 조기 검진을 통해 적절히 치료·관리한다면 중년 이후에도 눈과 시력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정광용 기자 ky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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