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회 아카데미상] ‘노매드랜드’ 3관왕… 오스카, 쏠림 대신 다양성 택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영화 ‘노매드랜드’가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으로 3관왕을 차지하며 아카데미상 최다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올해는 특정 작품에 쏠림 현상 없이 골고루 트로피를 나눠 가지며 한 해의 성과를 축하했다.


클로이 자오, 亞계 여성 최초 감독상
프랜시스 맥도먼드, 3번째 여우주연상
앤서니 홉킨스, 최고령 남우주연상
‘더 파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등
작품상 오른 후보작 평균 2관왕씩 차지
감독상 시상자로 등장한 봉준호 감독
한국어로 후보 소개하고 질문 ‘눈길’


■새 기록 쏟아진 오스카

한국 시각 26일 오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무사히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두 달 늦게 시작하고, 미국 외 지역에 있는 감독, 배우와는 이원 생중계를 하는 방식으로 개최됐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시상식을 위해 본 시상식에서는 축하 공연 없이 열렸다. 대신 이전보다 후보 소개나 소감 발표에 시간을 더 할애했다.

새로운 기록도 쏟아졌다. 먼저 감독상을 받은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은 2010년 ‘허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에 이어 여성 감독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감독상을 수상한 주인공이 됐다.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서는 최초다. 또 ‘노매드랜드’의 주인공 ‘펀’ 역할을 맡은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파고’(1996), ‘쓰리 빌보드’(2018)에 이어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3번이나 받은 배우가 됐다.

올해 오스카 트로피는 다양한 배경의 작품과 배우에게 골고루 돌아갔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더 파더’의 앤서니 홉킨스(83)는 최고령 연기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전 영화 시상식에서의 수상 이력을 보면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에 출연한 고 채드윅 보스먼의 수상이 유력했지만 오스카는 ‘연기의 신’ 홉킨스를 택했다.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도 아시아 배우가 역대 2번째로 받은 여우조연상으로 화제가 됐다. 남우조연상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대니얼 컬루야(‘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가 차지했다.

지난해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여성, 유색인종, 장애인, 성 소수자가 비중 있게 참여한 영화여야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올해 아카데미는 흑인 인권 운동에 대한 이야기에도 상을 줬고,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은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의 경우 미국 뉴욕에서 공부한 뉴욕파 감독이지만 국적이 중국”이라며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서 다양성을 추구했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오스카상의 또 다른 특징은 작품 쏠림 현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3관왕의 ‘노매드랜드’를 필두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후보작들이 평균 2관왕씩 차지하며 골고루 나눠 가졌다. 2관왕에 오른 작품들은 ‘더 파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소울’, ‘맹크’, ‘사운드 오브 메탈’이다.

■시상자로 나선 봉준호, 한국어로 질문

지난해 ‘기생충’으로 4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봉준호 감독은 이번엔 감독상 시상자로 나섰다. 봉 감독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있는 돌비 시네마에서 이원 생중계를 하는 방식으로 수상자를 발표했다.

눈에 띄는 건 봉 감독이 이날 후보 소개와 그들에게 던진 질문을 모두 한국어로 진행한 점이다. 영어로 진행되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 감독은 오롯이 한국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봉 감독이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전담 통역사인 샤론 최가 영어로 옮겼다.

봉 감독은 시상에 앞서 “‘만약 길에서 어린아이에게 20초 안에 감독이란 직업을 설명해야 한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에 대해 다섯 후보의 답변을 들어보자”며 질문을 던졌다.

이날 감독상의 주인공이 된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은 “감독이란 이것저것 웬만큼 할 수 있지만 한 가지를 제대로는 하지 못하는 직업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미나리’의 리 아이작 정은 “영화는 우리 삶에 대한 응답이여야 한다”, ‘어나더 라운드’의 토마스 빈터베르그는 “저 아래 출렁이는 시커먼 바다에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내리는 것”,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메랄드 펜넬은 “잔혹하거나 무시무시한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 ‘맹크’의 데이빗 핀처는 “감독이 신 하나를 찍을 때 수백 가지 방법이 있지만, 결국은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맞는 것과 틀린 것”이라고 각각 답했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mia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