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레이스… ‘자중지란’ 덫에 걸린 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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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PK) 정치권은 자신들의 미래가 걸린 권력 경쟁 과정에서 극도의 사분오열과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PK 정치권이 제1 야당의 ‘권력 핵심부’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원내대표와 당대표 선거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오는 30일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다음 달 말이나 6월 초 당 대표를 새로 뽑는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거는 연관성이 매우 높다. 특정 권역에서 ‘투톱’을 동시에 차지하기는 힘들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TK 주호영 맞설 대항마 필요한데
윤영석·조해진 등 가세, 후보 난립
원내대표 후보엔 김기현 나섰지만
타 지역 후보 미는 PK 의원들 많아
PK 정치권, 당 지도부서 완전 배제 우려

그러나 PK 정치권에선 정반대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대표 선거엔 PK 현역 의원이 3명이나 출마했고, 김기현 의원이 도전한 원내대표 경선에선 PK 정치권이 사분오열돼 있다.

국민의힘 소속 부울경 국회의원은 모두 33명이다. 전체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82명)의 40%에 해당한다. 서울·인천·경기(16명)와 충청(8명), 강원(5명)을 합쳐도 PK에 못 미치고, 결속력 높기로 유명한 대구·경북도 24명에 불과하다. 부울경이 당권경쟁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칫 당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PK가 놓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대구·경북에선 주호영 원내대표를 당대표로 밀고 있다. 다른 TK 의원들은 아예 출마할 생각을 안 한다. 게다가 같은 영남권에서 원내대표가 선출될 경우 ‘주호영 대표’ 구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TK 정치권이 PK 출신 김기현 의원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이와 달리 PK 정치권에선 조경태 윤영석 조해진 의원 등 3명이 당대표 선거에 도전하고 있다. 당초 서병수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PK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마저도 물거품될 상황이다. 그렇다고 세 사람의 당선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지도와 지지도 경쟁에서 주호영 의원에게 밀린다는 일각의 평가도 있고, 수도권과 비례대표 의원들을 중심으로 ‘영남 배제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선거도 크게 차이가 없다. 상당수 PK 의원들은 부울경 정치권을 대표하는 김기현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게다가 2010년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이후 11년 동안 PK 출신 원내지도부가 한 번도 선출된 적이 없었던 만큼 이번에는 김 의원을 당선시키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동안 TK에선 원내대표를 4명이나 배출했다. 그런데도 적잖은 PK 의원들이 개인적인 인연을 이유로 김 의원 대신 다른 후보를 밀고 있다.

부울경 출신 당 지도부는 지역 현안 해결에 큰 영향을 미친다. PK 출신 당 지도부가 없으면 국비 확보와 대형 국책사업 추진 등에 막대한 타격을 받는다. 국민의힘 PK 정치권이 각자도생이 아닌 단일대오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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