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기분 장애’ 질환, 코로나 ‘화병 범죄’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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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장애’ 질환이 국민 ‘화병’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우발적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 5개년 건강보험 진료 데이터에 따르면, ‘기분 장애’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국민은 2016년까지 77만 7781명(누적)에서 지난해 101만 6727명(누적)으로 23만 8946명(30.7%)이 증가했다. 2017년에는 전년 대비 3만 9078명 많아졌으나, 지난해에는 2019년 대비 5만 3488명이 늘어나 가팔라지는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질환자 수 4년 사이 30% 늘어
코로나 발생한 지난해 급격 증가
‘코로나로 불안·우울’ 응답 55% 방화 살인 등 ‘홧김’ 강력 범죄
“내면 분노가 우발적 범행으로”


기분 장애 질환자는 2016년부터 6.9%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매년 꾸준히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청년층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기분 장애 질환자 101만 6727명 중 20대가 17만 987명(16.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가 16만 4401명(16.2%), 50대가 14만 6661명(14.4%) 순으로 뒤를 이었다.

기분 장애는 의학적으로 분노 등 감정 조절이 어려워 비정상적인 상황이 장시간 지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하는 강력 범죄가 장기적인 코로나19와 어려워진 생계에 따른 우울감이나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며, 범죄 증가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 20일 밤 부산진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지인을 흉기로 찌른 뒤 건물에 불을 질러 5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 남성이 붙잡혔다. 지난 21일 밤에도 부산 중구의 한 주택에서 지인을 향해 흉기를 휘두른 남성이 체포됐다. 이들 모두 홧김에 범행을 저저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기분장애 질환자 대부분은 우울증과 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선영 교수는 “기분 장애 중 빈도가 가장 높은 질환은 우울장애로 나타났다”며 “젊은 층에 기분 장애 질환자가 많은 것과 코로나19 등 여러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의 불안과 우울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계속해서 뒷받침되고 있다. 정책 연구기관인 경기연구원이 지난달 전국 17개 광역시·도 거주 20세 이상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기분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불안·우울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5.8%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같은 설문조사 결과(47.5%)에 비해 8.3% 포인트(P) 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17.7%가 우울증 위험군, 12.7%는 불안 장애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특히 이 가운데 8.3%의 응답자가 우울감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수진 경성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여파와 경제난 등 개인이 받는 억압이 커지면서 내면의 우울증과 분노가 외부로 표출되면서 우발적 범행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며 “개인의 충동적 행위를 일일이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지자체가 감염병 확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위험군 대상을 선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진석·변은샘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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