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시신 유기’ 알바 20대 미혼모 “출산 일 주 전까지 임신 사실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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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영아 시신이 발견된 부산 사하구 모 아파트 배전함. 손혜림 기자

부산의 한 아파트 배전함에서 영아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숨진 아이의 생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이 여성을 상대로 아이의 출산 배경과 사체 유기 과정 등을 조사 중이다.

지난 24일 오전 10시께 부산 사하구 모 아파트의 22층 복도.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배전함 문을 열자 먼지가 확 뿜어져 나왔다. 배전함 안에는 뒤엉킨 전선 사이로 빗자루, 신문지, 플라스틱, 칫솔 등 쓰레기가 가득했다. 빛이 들어올 틈 하나 없이 캄캄해 한기까지 느껴지는 배전함 안은 햇살이 환하게 비추던 아파트 복도와 대조된 모습을 자아냈다. 각 집에서 흘러나오는 TV 소리는 텅 빈 복도를 조용히 채웠고, 아이들은 아파트 옆 쉼터에서 삼삼오오 모여 딱지치기를 하거나 킥보드를 타느라 정신이 없었다.

경찰 CCTV 통해 용의자 체포
유기 전날 출산한 것으로 추정
경찰 “외상 등 타살 의심 없어”

부산 사하경찰서가 이곳 배전함에서 남자 영아 시신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은 것은 지난 23일 오후 1시께였다. 아파트 CCTV 등을 분석한 경찰은 20대 친모 A 씨를 용의자로 긴급체포했다.

A 씨는 이날 오전 8시께 아이의 시신이 담긴 쇼핑백을 배전함에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출산 날짜와 사망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다만 A 씨가 출산 직후 몸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경찰은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A 씨가 유기 전날인 22일 출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아 시신은 아파트 한 주민이 우산을 보관하려고 배전함을 열었다가 처음 보는 쇼핑백을 찾으면서 발견됐다. 당시 시신은 수건에 감싸진 채 쇼핑백에 담겨있었다. 한 50대 주민은 “배전함 내부가 제법 넓어서 종종 택배를 보관하는 등 창고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미혼모인 A 씨는 부산 한 원룸에 혼자 살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다. A 씨는 출산 일주일 전까지도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 씨가 임신과 관련해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기록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아이의 아빠로 추정되는 남성과 헤어진 지 오래된 상태라며 이 남성이 누구인지는 경찰에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은 A 씨에게 살해 혐의는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에서 외상 등 타살이 의심되는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손혜림·이상배 기자 sang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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