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펜타포트 개발로 부산경제를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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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새 시장을 뽑은 부산은 이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때다. 4·7 보궐선거 기간에 시장후보들이 제시한 다양한 경제 살리기 아이디어 중 주목을 끄는 것은 트라이포트(Tri-port) 개발이다. 항만, 공항, 철도를 중심으로 물류 허브를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네덜란드가 추진했던 안이다. 네덜란드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국의 강점인 로테르담 항만을 중심으로 해운·항만 연관산업을 집적화하는 해사 클러스터 계획으로 물류 중심국가를 실현한다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네덜란드는 자국 전문가들을 제쳐 놓고 전통적 경쟁국인 벨기에의 경제학자에게 의뢰해 이 전략안을 채택했다. 해사 클러스터 구상안은 당초 노르웨이에서 시작됐으나 네덜란드에서 적극 적용됐다. 이는 아이디어나 구상은 경쟁자에게서 구할 수 있으나, 이를 선택하고 추진하는 것은 리더의 몫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부산은 미래 경제 발전을 위한 중요 프로젝트로 가덕신공항 건설, 북항 재개발, 2030 월드엑스포 유치 등을 추진 중이다. 각 프로젝트를 별도로 추진하기보다 부산의 장기 발전 비전을 세워 프로젝트들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략이 중요하다. 부산 실정에 시기적으로 가장 맞는 전략이 펜타포트(Penta-port) 개발 전략이다. 트라이포트가 세 가지 포트를 의미한다면, 펜타포트는 다섯 가지 포트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개발하자는 것이다. 항만, 공항, 철도의 트라이포트보다는 항만, 공항, 디지털, 비즈니스, 관광의 다섯 가지 포트 기능으로 물류 및 비즈니스의 허브를 구축해 부산경제를 활성화할 것을 제안한다.

네덜란드 항만·공항·철도 연계 성공
부산도 세 가지 포트 개발 추진 나서
디지털·비즈니스 등 추가 접목 필요
개혁적 개발 전략으로 경제 살려야

김대중 정부는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 전략을 추진했다. 핵심은 인천공항과 부산항을 중심으로 물류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었다. 인천시는 이 같은 정부 정책과 펜타포트 전략을 접목해 매년 펜타포트 축제 개최를 통해 사업 분위기를 고조하면서 인천공항과 인천항 인근의 송도신도시를 바이오·IT 중심의 비즈니스 허브로 개발했다. 송도신도시는 바이오 의약품 제조업체 셀트리온이 입주하는 등 스타트업의 기반으로 변모했다. 또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 공항으로 성장했고, 주변 지역은 관광 허브로 발전했다. 인천항도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한 약점을 극복하며 컨테이너 부두가 조성된 신항만을 갖췄다.

부산은 인천보다 펜타포트 전략에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부산항은 세계 3위 컨테이너 항만으로 성공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수출입 화물보다 외국 환적화물을 더 많이 취급하는 세계적인 허브항이다. 부산신항 옆에 가덕신공항이 건설될 예정이다. 교통의 관점에서 나아가 물류 기능까지 생각할 때 가덕신공항의 중요성은 자명해진다. 또 부산의 트라이포트 전략에서 주장하는 철도망 구축도 필요하지만, 부산이 미래 물류 허브로 성장하려면 전자상거래를 뒷받침하는 디지털 허브 구축이 더 중요해 보인다.

부산은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 매년 30만 명 이상의 국제 크루즈 관광객이 방문한 우리나라 최고의 해양관광 지역이다. 향후 물류산업과 수산업을 중심으로 벤처창업 도시로 탈바꿈할 경우 비즈니스 포트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2030 월드엑스포 준비 과정에서 도심을 재생할 경우 비즈니스와 관광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잠재력이 무한하다. 부산에 항만·공항·디지털 포트로 물류 허브를 구축하고 비즈니스·관광 포트로 비즈니스 허브도 구축하는 전략이 최적인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고 하겠다.

전략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이다. 과거 경제개발이 본격화하던 시기에 석유화학, 조선,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에 대한 국내외의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이는 결국 우리의 주력 산업이 됐다. 이런 우리의 선택이 한국의 경제 기적을 만들었다. 가덕신공항, 부산항 제2 신항 같은 사업은 과거 반대가 있었던 부산신항의 성공적인 역사를 되돌아보면 결론은 분명해진다.

활발한 토론과 집단지성에서 결론을 도출하며 치밀하게 상황을 진단하고 추진 방침을 정하는 책략적 결정이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부산 중심으로 세계를 보는 사고에서 벗어나 세계 속의 부산을 보아야 한다. 재정에만 의존하는 프로젝트 추진보다 국제 투자가를 설득해야 성공할 수도 있다. 죽어 가던 이스라엘 경제를 살린 벤처산업처럼 부산시,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공공 부문과 민간에서 매년 1000억 원씩 출자해 실패를 묻지 않는 벤처창업 문화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의 교육 과정에 컴퓨터 코드 교육을 필수화하고 학교 교육에서 영어 구사 능력도 극대화하자. 침체된 부산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금과 전혀 다른 개혁적인 전략과 추진 계획을 도입하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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