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머스크의 입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미국 테슬라의 CEO(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사용하는 트위터의 팔로워가 25일 기준 5198만 명이 넘는다. 이 많은 사람들이 매일 머스크의 입을 바라보며 산다. 트위터만이 아니다. 각종 언론이 받아쓰는 그의 말 한마디에 세상이 출렁인다. 특히 돈을 좇는 이들은 그를 ‘파파 머스크’라 부르며 그의 말을 일종의 계시나 예언처럼 여긴다. 시쳇말로 ‘미쳐 날뛴다’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특히 그렇다. 어떤 직장인이 단기간에 수십억 원을 벌어 회사를 그만뒀다는 따위 ‘영웅담’의 배경에는 머스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실제로 머스크가 트위터에 ‘비트코인’이라고 한 줄 쓰자 수많은 사람들이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머스크는 나아가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자동차를 살 수 있게 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암호화폐가 현실에서도 사용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심어 줬다. 또 그가 “아들을 위해 도지코인을 샀다”고 운을 떼자 개발자들이 장난으로 만들었다는 도지코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졌다.

머스크를 사기꾼이라고 욕하는 이도 많다. 비트코인 등에 대한 그의 언급에서 테슬라 등 특정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적인 조작의 냄새가 짙다는 것이다. 그가 청년 시절 창업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얻은 막대한 수입도 결국은 화려한 언행으로 세간의 이목을 속인 덕분이라는 시각도 있다. 증권거래위원회나 연방준비위원회 등 미국의 금융 당국에서도 머스크의 언행을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된다. 그의 말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이다.

머스크의 입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4일 “3년 내로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다”고 장담한 것이다. 머스크는 민간인 우주여행을 실현하겠다며 2002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 엑스’를 창립했는데, 비현실적이라며 비웃거나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스페이스 엑스’가 아폴로 우주선 이후 처음으로 달 착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를 추진 중인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지난 17일 달 착륙선 개발업체로 선정됐다. 지난해 5월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나 자체 개발한 우주선으로 비행사를 우주정거장에 보낸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이다.

머스크는 평소 “달에 영구적인 기지를 건설하는 게 꿈”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 꿈이 어쩌면 허황한 몽상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