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미얀마 폭력 중단’ 합의, 하루도 못 가 ‘종잇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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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아세안 사무국 인근에서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활동가들이 미얀마 군부의 무자비한 유혈 탄압을 비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이 24일(현지시간)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폭력 중단’에 전격 합의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이날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는 미얀마의 즉각적인 폭력 중단을 비롯해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의 특사 형식 대화 중재,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 5개 항이 전격 합의됐다.

쿠데타 주동 흘라잉 직접 참석
아세안 10개국, 5개 항 합의
같은 날 미얀마에선 유혈 진압
정치범 석방 미반영 등 비판도


이날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아세안 정상들의 제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합의는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국민을 향해 총격을 가했던 군부의 행보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아세안과 미얀마 군부의 입장이 판이해 향후 실행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는 합의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현실화됐다. 합의 당일 미얀마 군경의 무자비한 유혈 진압이 벌어진 것이다.

25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중부 만달레이 지역의 찬미야타지 마을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들을 상대로 검문에 나서던 군경의 주의를 분산시키려던 한 청년이 군경의 총에 맞아 숨졌다. 같은 날 오전 인근 마하 아웅미아이 마을에서도 군경이 반군부 시위대에 사격을 가해 20살 청년이 등과 가슴에 총상을 입었으며, 체포된 시민들에게 소총 개머리판을 마구 휘둘러 부상을 입혔다. AFP통신은 군경이 수도 네피도에서 벌어진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50세 시민을 붙잡은 뒤 사살했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아세안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무고한 시민 1명이 숨지는 등 평화 시위 참가자들이 살해되고 다쳤다”며 “군부가 계속 테러를 자행한다면 아세안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세안의 합의에도 시민을 향한 미얀마 군부의 무차별적인 폭력이 이어지면서 합의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즉각적인 정치범 석방이 아세안 합의문에 반영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치범 석방은 폭력 중단과 함께 민주진영의 핵심 요구 중 하나였던 만큼, 향후 군정과 민주진영 간 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AAPP 집계 결과 쿠데타 발생 이후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지금까지 748명이 숨지고 3389명이 구금됐다.

윤여진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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