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넙치·전복 양식 성공… 국민 식탁 살찌우고 외화도 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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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과학 연구 100년

근현대 수산과학연구 100년을 맞아 국립수산과학원이 우수 성과 10선을 공개했다. 왼쪽에서부터 1970년대 김 양식 모습과 수조에서 사육 중인 넙치, 생분해 그물의 성능 검사, 알제리 새우 양식장 전경.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근현대 수산과학연구가 올해 100년을 맞는다. 근현대 수산연구의 시작을 1921년 5월 7일 영도구 남항동에 창설된 ‘조선총독부 수산시험장’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국립수산과학연구원은 26일부터 ‘수산연구 100주년 성과전시회’ ‘사진으로 보는 100년 화보집 발간’과 같은 다양한 100주년 행사를 연다. 아울러 100년의 연구 역사 중 국립수산과학원의 우수 성과 10선도 공개했다. 우수 성과는 연대별, 분야별 특성을 고려 100건의 후보를 뽑은 뒤 수산업과 국민 생활에 대한 영향력을 기준으로 20건으로 추렸다. 마지막으로 국민선호도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최종 10선을 확정했다.

1921년 ‘총독부 수산시험장’ 효시
수과원, 100년 성과 전시회 개최
김 양식 등 우수 성과 10선 발표
친환경 생분해 어구 개발 성과
원양어업 개척도 수산연구가 바탕
사하라에 최초 새우양식장 ‘쾌거’

■국민의 식탁을 지킨 기술

김 양식은 1970년대 유리사상체 배양으로 인공 채묘 기술이 가능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안정적인 채묘가 가능해지며 김 양식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오늘날 우리나라가 김 생산량 세계 2위를 하게 되는 기초가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김 수출은 6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이 기술이 없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

넙치(광어) 양식기술 개발도 우수 성과로 뽑혔다. 넙치 양식기술은 1980년대 종자 생산 기술을 통해 대량생산 기반을 확립했고, 2000년대에는 30% 성장 속도가 빠른 킹넙치를 개량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세계 최초 넙치 유전체를 완전 해독한 결과이기도 해 의의가 크다.

대표 보양식인 전복의 대량 양식이 가능해진 것도 수산과학연구의 힘이다. 1990년대 대량생산을 통한 양식 산업화에도 성공한 전복은 2000년 빠르게 성장하는 신품종을 개발해 생산기간을 36개월에서 26개월로 줄여 공급량을 늘릴 수 있게 됐다.

한국 근해 해양조사와 100년 해양자료 DB 구축은 국민선호도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연구다. 이는 우리나라 해역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해양관측 연구로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기후변화, 수산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바다의 자원을 지켜라

친환경 생분해성 어구를 개발한 것도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구 성과다. 일반적인 그물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잘 썩지 않는다. 나일론 등의 소재로 만들어져 조업 중 그물을 잃어버리면 버려진 그물에 물고기가 걸리게 되고, 이를 먹으려던 포식자가 다시 걸려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 생분해성 그물은 바다에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자연적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해저에 버려진 그물에 의한 수산 자원의 피해와 해양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주요 수산생물의 TAC(총허용어획량) 자원평가 기술을 개발한 것도 10대 성과 중 하나로 꼽혔다. 새로운 수산자원 관리 패러다임인 생태계 기반 ABC(생물학적허용어획량) 추정기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들이다. 국립수산과학연구원 최완현 원장은 “2030년까지 전체 어획량의 80%를 TAC에 의해 관리할 계획으로, 이를 통해 수산자원을 과학적으로 보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립수산과학원은 ‘수산생물 및 어구 도감류를 정리한 연구’를 통해 과학적인 수산생물 표준명과 생태정보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표준명 기반의 관리를 통해 어업생산통계와 자료의 정확성이 올라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에 알린 우리 수산의 힘

사하라 사막에 세계 최초로 새우양식장을 만든 것도 우리 수산기술의 힘이다. 2010년 17개 민·관·연이 참여하는 협업체를 구성해 2016년 저염분 바이오 플락(미생물을 활용해 수산물을 양식하는 방법) 기술을 이용한 사막 새우양식 생산에 성공한 것. 이 기술은 알제리 등 사막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어려웠던 시절 우리나라의 국부를 책임졌던 원양어장을 개척하는 데에도 수산연구가 바탕이 됐다. 원양어업의 효시가 된 1957년 인도양 다랑어연승 시험조업, 1958년 남태평양 사모아 근해 다랑어연승 시험조업, 1966년 북태평양어장에서 연어와 송어 유자망 시험어업, 1967년 남태평양 어장조사 등을 통해 해외어장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어업국으로 도약했고 매년 20억 달러의 외화를 획득할 수 있었다. 최 원장은 “지나온 100년의 성과를 토대로 국립수산과학원이 앞으로 100년을 잘 준비해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실현하고, 명실공히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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