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술 통했다’ 전기차 부품·배터리 글로벌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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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 테크] (주)유니테크노

(주)유니테크노 이좌영 대표가 자동차 모터 부품 자동화 설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설비는 지난해 공장을 이전하면서 새로 들였다.

“많이 파는 것도 좋지만, 경쟁력부터 갖춰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물건을 100원 하는 회사가 있고, 95원 하는 회사가 있다 칩시다. 상대가 100원에 5%를 남기는 회사라면, 우리는 95원에 10%를 남기는 회사가 돼야 합니다. 고객도 좋고, 우리도 좋아야 합니다. 모든 걸 그런 식으로 생각합니다. 될 때까지 궁리를 합니다.”

코로나19 충격파가 컸던 지난해 매출 759억 원, 그 전 해인 2019년에는 매출 821억 원을 달성한 강소기업 (주)유니테크노 이좌영 대표의 얘기다. 유니테크노는 2016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품질 UP’ 각종 특허·인증 획득
삼성SDI 통해 BMW 등에 납품
2016년 코스닥 상장 해외 개척
국내 2곳 공장·중국 2곳 사업장
미국·베트남 공장 진출 준비 중
“기업은 품질·비용·납기일이 생명”



■기업은 ‘QCD’가 생명

삼성SDI, LG이노텍, SNT모티브, 코렌스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유니테크노는 전기차, 전장화 부품 전문 기업이다. 주로 모터 부품과 배터리 케이스를 생산한다. 1993년 플라스틱 사출 성형업체로 출발해 모터 부품으로 범위를 넓혔고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대비해 5년 전부터 배터리 케이스 개발에 나섰다. 이 때 글로벌 기업으로의 납품을 위해 2016년 코스닥 상장까지 했다. 현재 유니테크노가 생산한 제품은 삼성SDI를 통해 BMW, 폭스바겐 등으로 납품되고 있다.

“전기차 하면 바로 생각나는 게 배터리잖아요. 워낙 관심이 뜨겁다 보니 대한민국 기업들이 배터리 케이스 쪽은 서로 하려고 뛰어들고 있어요. 저희는 일찍부터 기술 개발에 나선 덕에 선점을 했지만 절대 방심해선 안 됩니다.”

‘기술’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품질을 높이고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는 ‘공정 개발’에 사활을 걸다 보니 유니테크노는 연구직 직원만 15명에 이른다. 각종 특허와 인증들도 대부분 공정에 관한 것들이다. 지난해 회사를 부산도시철도 1호선 동매역 근처로 옮겨오면서는 자동화 시설을 더 늘렸다. 예컨대, 과거 24명이 했던 일을 지금은 로봇기계 6대와 사람 3명이 하는 식이다.

부산과 충남 아산 공장은 자동화 시설들로 상당수 채워져 있고, 중국 사업장 2곳은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한 수작업 공정들이 많이 이뤄진다. “중국에서 작업해 들어온 부품에 아산공장 등에서 몇 공정만 더 넣어 완성품을 만드는 식이에요. 한국에서 마지막 제품의 품질을 책임지고, 중국에서 인건비를 낮추는 거죠.” 중국 산둥성 위해 사업장은 2004년, 중국 강소성 염성 사업장은 2016년에 각각 마련했는데 둘 다 성과가 잘 나오고 있다.

“기업은 QCD(품질·비용·납기일)가 생명입니다. 질 좋게 잘 만들고, 비용 싸게 해주고, 약속 날짜 잘 지키면 되는 겁니다. 그게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고객 다변화와 자금력이 비결

이 대표의 고객 다변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은 젊은 시절의 실패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총각 때 사업을 했는데 그 때 돈을 엄청 잘 벌었어요. 물량이 엄청 큰 데가 있었어요. 4개월짜리 어음을 받았는데 그 큰 회사가 4개월이 안 돼 부도가 났어요. 저도 쫄딱 망했죠.”

그 뒤로 이 대표는 고객사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철칙을 세웠다. 1993년 유니테크노 설립 후 ‘IMF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위기를 모두 겪으면서 그 철칙은 더욱 확고해졌다. “2004년 중국에 진출할 때도 우리더러 산둥성에 가 있으면 대우가 그리 오겠다고 했어요. 법정관리 중이던 대우가 저희에게 보장까지 해줬는데 결국 못 왔어요. 대우만 믿고 갔던 거라면,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거기까지 갔을 때는 대우가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서 간 겁니다.” 2차 밴더인 유니테크노가 15개 고객사를 꾸준히 가져가고 있는 이유다.

이 대표는 또 부채 비율은 절대 50%를 넘기지 않는다는 철칙도 갖고 있다. “어려울 때를 대비해 항상 자금력을 충분히 갖춰야 합니다.” 그래서 앞서 말한 세 번의 큰 위기가 유니테크노에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위기 때는 상환 능력이 안 돼 힘들어지는 기업들이 많아 30억 원만 투자하면 100억 원짜리 물량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자금력이 없으면 절대 그 기회를 잡을 수 없습니다.” 유니테크노는 ‘IMF 위기’ 때 신평 공장으로 이전을 했고, 리먼 사태 때 공장 설비 투자를 많이 했다. 또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현재 위치인 사하구 동매역 인근으로, 1500평 공장에서 5000평 공장으로 확장이전을 했다.

유니테크노는 미국과 베트남으로의 공장 진출도 준비 중에 있다. ‘부산형 일자리’로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되는 ‘코렌스 자동차 부품단지’에도 입주 신청을 해둔 상태다.



■실패할 기회를 줘라

이 대표는 30년 사업을 하면서 돈 한 번 떼인 적 없이 사업을 이어온 것은 모두 젊은 시절 지독했던 ‘실패 경험’ 덕분이라고 했다. “정말 젊었을 때 워낙 많이 떼여서 이제 잘못될 업체는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이 대표는 특히 회사에 직원으로 들어와 있는 자녀들에게 실패할 경험을 충분히 준다고 했다. “그냥 실패가 아니고 가슴에 멍이 들 정도로 큰 아픔을 겪어야 성공의 밑거름이 됩니다. 실패가 없으면 다 자기가 잘 해서 그런 줄 알아요. 그러면 망하는 길입니다.”

한 번은 딸이 실패가 눈에 뻔히 보이는 결정을 하려고 하는데도 내버려뒀단다. “딸이 손바닥 앞면만 보다 하루 아침에 손바닥 뒷면을 볼 정도로, 세상 보는 눈이 완전히 뒤바뀌는 충격이 있었는데 그 충격에 울고 불고 난리가 난 적이 있습니다.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실패할 걸 알았지만 실패하게 내버려 둔 겁니다.”

이 대표는 이를 후배 기업인들에게도 적용해, 되도록이면 젊었을 때 충분한 실패를 경험해 보라고 당부했다. 시대 흐름을 잘 타겠단 생각보다 사업가로서의 안목을 길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만한 자양분이 없다고 했다.

글·사진=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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