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깊은 슬픔의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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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 ‘늦은 배웅’ 부산시립미술관 전시회

코로나19 사망자를 애도하는 ‘늦은 배웅’ 프로젝트가 22일 부산시립미술관 3층 전시실에 설치돼 23일 전시에 들어간다. <부산일보>에 실린 코로나 사망 유족의 사연으로 만든 부고가 <부산일보> 지면과 함께 전시돼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코로나19 사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늦은 배웅’ 전시가 문을 열었다.

부산시립미술관의 기획전 ‘이토록 아름다운’이 오늘부터 9월 12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본관 3층에서 열린다. 코로나 시대에 예술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새 시대를 맞이할 용기를 일깨우기 위한 기획전으로, 국내외 작가 11명이 참여한다. 코로나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 ‘늦은 배웅’은 이 전시의 두 번째 섹션 ‘공백으로부터-사유를’에서 소개된다. ‘늦은 배웅’은 <부산일보>, 박혜수 설치미술가, 부산시립미술관이 함께하는 프로젝트이다.

박혜수 설치미술가·부산일보
부산시립미술관 공동 참여
오늘부터 9월 12일까지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 전달
“부고 문화 돌아보는 계기로”

22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 사망자는 1808명. ‘비대면 임종’과 ‘선(先) 화장 후(後) 장례’로 코로나 사망자 유가족은 애도의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부산일보>와 박혜수 작가는 한 달여 동안 구글폼 설문과 손편지 접수를 통해 코로나 사망자 유가족과 지인의 사연을 모아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 사망자의 부고를 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부고는 지난 12일부터 <부산일보> 지면을 통해 소개됐다.

이번 전시에서 박혜수 작가는 모두 7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코로나 사망자 또는 코로나로 인해 임종을 보지 못한 사망자의 부고들로 만든 작품 ‘늦은 배웅’을 먼저 만난다. <부산일보> 1면에 실렸던 이수희 님(4월 12일 자), 이종순 님(4월 14일 자), 김○현 님(4월 20일 자)의 부고는 지면 그대로 작품의 일부가 됐다. 이후 신문에 실리는 부고는 ‘1년의 죽음’이라는 작품에도 추가될 예정이다.

‘글루미 먼데이(Gloomy Monday)’는 2021년 3월 15일 자 <부산일보>로 만든 오르골이다. ‘코로나’ ‘확진’ ‘사망’ ‘비리’ ‘고발’ 등 지면에 등장하는 부정적 단어들을 펀칭해서 만든 설치작품으로, 코로나 시대의 사회 분위기를 귀로 들려준다. 박 작가는 “부정적인 단어가 많이 등장할수록 음이 화려해지는 역설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낯선 이별’ 시리즈는 ‘오아시스 제단’ 등 세 개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꽃이 지는 시간과 꽃의 죽음을 통해 코로나 사망자와 유가족에게 생략된 애도와 위로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박 작가는 “작업을 하며 유가족분들이 원인 제공자도 아닌데 주변에 죄인이 되어 말도 못하는 상황을 자주 마주했다”며 “이번 전시가 단순한 애도에 그치지 않고, 코로나 유가족을 포용하고 우리의 부고 문화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시장에서 ‘코로나 유가족과 확진자에 대한 비난을 멈춰 주세요’ 포스터와 스티커를 관람객에게 배포한다.

부산시립미술관 기혜경 관장은 “박혜수 작가의 작업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 예술이 가진 힘과 본질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늦은 배웅’ 프로젝트는 전시 중에도 계속된다. 코로나 사망자 유가족 사연은 구글폼(https://forms.gle/huLDKhTLtiuqUote7)을 통해 접수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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