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사도 거리 두기, 미안하고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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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공원 장례지도사 성예린 씨

“운구하려는데 고인의 따님이 울면서 오시더군요. 예쁘게 싸서 가져온 수의를 건네며 어머니 관 위에 올려달라고 부탁하셨어요.”

부산시설공단 장사시설팀 성예린(사진) 주임은 기억에 남는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부산영락공원 수골실에 근무하고 있다. “원래 관 위에 다른 물품을 못 올리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코로나 사망자 유가족은 이별의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수의를 올려 화장을 진행해 드렸습니다.”

“짧고 제한된 ‘이별의 시간’
유가족 입장 더 반영됐으면”

일반 사망자 유가족은 입관식 참관과 화장로로 고인을 모시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지만, 코로나 확진 사망자 유가족은 안전상의 이유로 이런 과정이 생략된다. 지금까지 부산영락공원에서 코로나 사망자 128명의 화장이 진행됐다. 코로나 사망자의 화장은 당일 업무를 모두 마친 뒤 비상 운행으로 진행한다.

성 주임은 “지자체나 병원에서 코로나로 돌아가신 분이 계신다는 연락이 오면 소수 인원이 남아서 대기한다. 이송차, 유가족, 보건소 소독 관계자 모두 도착해야 화장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망자는 병원에서 입관까지 마치고 오기에 유가족은 고인을 관으로 만난다. 고인을 운구하는 모습도 일정 거리를 두고 설치된 바리케이드 뒤에서 지켜본다. 성 주임은 “가끔 바리케이드를 넘어오려고 하는 유가족이 있는데 저희는 그걸 막아야 한다. 병원에서도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했는데 여기서도 마지막 인사를 도와 드리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성 주임은 일하는 부모님 대신 일곱 살까지 자신을 키워 준 외할머니의 임종을 못 지켰다. “죄송한 마음이 3년을 가더라고요. 장례지도사를 택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성 주임은 코로나 사망자 장례가 유가족의 마음을 더 헤아리는 방식으로 바뀌기를 바랐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 또 생길 수 있겠죠. 그때는 지금보다 덜 짧은 이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금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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