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안전한 일터] 1. 공사장 추락사고,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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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에 재하청… 끝없는 하청 구조에 뒷전 밀린 ‘안전’

2018년 3월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공사현장 내 55층 외벽에 설치돼 있던 안전 작업대가 추락한 이후 모습(왼쪽)과 지상에 떨어진 작업대 잔해. 이 사고로 하청업체 직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산일보DB

2018년 3월 2일, 부산 최고 높이 건물인 해운대구 엘시티 공사 현장. 지상 200m에 달하는 이 건물 55층에서 작업 중이던 공사 인부 3명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건물 외벽과 외부 안전 작업대를 연결하는 고정 장치인 ‘앵커’가 건물 외벽에서 탈락하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3명의 작업자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지상에서 작업 중이던 한 근로자는 안전 작업대가 추락하는지도 확인하지 못한 채 작업대에 깔려 숨졌다.

지난 1월엔 부산 수영구의 한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 40대 현장 근로자가 9층 높이 건물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0월에도 부산 기장군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크레인 작업대를 타고 내려오던 50대 작업자가 비극을 맞고 말았다. 작업대가 흔들리면서 추락해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숨지고 말았던 것이다.

이처럼 건설 공사 현장에서는 해마다 200명이 넘는 현장 근로자들이 추락 사고로 숨지고 있다. 공사 근로자들의 아찔한 노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산업재해 사망 1위 건설업 분야
건설 현장 사망 절반 이상이 추락
노후 비계 교체 등 재정 지원 불구
공사장 추락 사고 매년 되풀이
하청 구조 개선·경각심 제고 절실

■건설 현장 사망 원인 1위, 추락 사고

국내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 사망 사고 중 1위 분야는 바로 건설이다. 이 분야에서 발생하는 사망 사고 중 절반 이상은 추락에 따른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의 추락 사고를 줄이지 못한다면 국내 산업재해 사망 사고 감소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내 전체 산업 재해 사망자는 882명이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전체 사망자의 51%가 넘는 458명을 차지했다. 그중 ‘추락으로 인한 사망’이 절반이 넘는 236명이었다. 추락 사고는 주로 건물 외벽 공사 작업 발판인 비계와 지붕·대들보, 철골 빔·트러스 등에서 많이 발생했다. 공사 현장 내 추락으로 인한 사망 사고는 3년째 산업 재해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971명이 산업 재해로 숨진 2018년에는 29%에 해당하는 290명이, 전체 855명이 숨진 2019년에는 30%가 넘는 265명이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숨졌다.

추락 사고에 이은 사고 원인으로는 △물체에 맞음 △부딪힘 △화재 △깔림·뒤집힘 △붕괴 순이었다. 사망자의 나이별로는 전체 265명 중 44.5%가 60세 이상에서 발생해 고령 노동자들의 안전사고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청·재하청·재재하청’ 구조가 문제

정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산재 예방 관련 기관들은 공사 현장 추락 사고 예방을 위해 △노후 비계 교체 재정 지원 △소규모 현장에 대한 기술·재정 지원 확대 △안전 교육·기술 지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산재 분야 전문가들은 수많은 예방 대책과 재정 지원 속에서도 공사 현장 추락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부족한 안전 관련 예산과 끝도 없이 이어지는 하청·재하청 계약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원청 업체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 제고와 하청 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공사 근로자들의 안전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엘시티 추락 사고 역시 복잡한 재하청 구조 속에서 빚어진 관리 소홀이 빚은 참극이었다. 당시 원청업체인 포스코건설과 건물 외부 패널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 A 사는 숨진 작업자들에 대해 안전 점검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근로자 3명은 A 사와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정작 소속은 3차 하청업체인 C 사였다.

소규모 공사 현장 안전 관리 체계는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원룸·오피스텔 등 소규모 공사 현장의 작업자 안전 관리는 공사 기간과 직결된 공사 비용에 묻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는 안전 관리를 담당할 책임자조차 배치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사 전반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안전 관리도 겸하다 보니 안전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공사 관리 책임자 역시 계약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안전 관리는 늘 소홀할 수밖에 없다.

노동 분야 전문가들은 올해 1월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지만, 과도한 하도급 구조의 개선과 공사 현장 안전 대책·장비 강화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사 현장 추락 사고의 발생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숙견 상임활동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법 통과만으로 추락 사고 등 산업재해를 줄일 수는 없다”며 “실제 작업자들에 대한 시행자·시행 주체의 안전 관리 강화와 함께 철저한 사고 조사·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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