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기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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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부장

#당신과의 시간.

떠나간 이를 어떻게 기억할까? 윤재인이 쓰고 홍성찬이 그린 <할아버지의 시계>는 할아버지의 유품인 괘종시계 이야기다. 할아버지가 태어난 날 집에 온 시계는 할아버지의 첫걸음마, 고모할머니의 혼례식, 아버지의 입학식 등 가족 대소사를 모두 지켜봤다. 할아버지와 80년 세월을 보낸 시계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같이 멈춰버렸다. 잊힌 줄 알았던 시계를 가족들이 다락방에서 다시 꺼냈다. 태엽을 감자 시계는 ‘똑딱똑딱’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계 소리와 함께 할아버지와의 소중한 시간에 대한 기억도 돌아왔다.

#당신이 준 사랑·가르침.

부모의 사랑도 크지만, 조부모의 사랑은 아이들을 더 넓게 품어준다.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가진 아이들이 많다. 론 브룩스와 마거릿 와일드의 <할머니가 남긴 선물>은 그림부터 푸근하다. 할머니 돼지와 손녀 돼지는 모든 일을 함께했다. 청소하고 식사를 준비하고 꽃을 가꾸고….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다음날 겨우 일어난 할머니는 “준비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세상과의 작별 인사에 나선 할머니는 손녀를 데리고 마을을 천천히 걸었다. “저기 좀 보렴! 나뭇잎이 햇살에 반짝이는 게 보이니?” 할머니는 손녀에게 하늘에 걸린 구름과 연못에 비친 풍경을 감상하는 법을 가르쳤다. 집으로 돌아온 손녀는 할머니 방에 들어가 어릴 때 할머니가 자신에게 해준 것처럼 할머니를 꼭 껴안았다(그림). 할머니가 떠난 뒤 손녀는 추억의 장소를 찾는다. 반짝이는 나뭇잎을 볼 때마다 손녀는 할머니를 생각할 것이다. 할머니는 손녀에게 세상의 아름다움, 삶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떠났다.

#당신과의 추억.

누구도 이별을 피할 수 없다. <할아버지는 바람 속에 있단다>는 록산느 마리 갈리에즈·에릭 퓌바레의 그림책으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남긴 편지를 읽는 것 같다. 사탕 과자를 줄 할아버지는 사라졌지만, 그 맛과 추억은 손자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같이 산책할 수는 없어도 눈을 감으면 할아버지를 느낄 수 있다. ‘산들바람이 네 머리카락을 간지럽힐 때면 할아버지를 떠올려 주렴. 너무나 재미있던 이 할아버지를, 영원히 너를 사랑할 이 할아버지를.’ 죽음을 슬픔으로만 기억하면 고인을 오래 기억할 수 없다. 고인과 함께한 추억, 그들이 남긴 사랑이 우리를 위로하고 다시 일으켜 세운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할게요.”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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