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최초’ 역사 쓴 후보들, 트로피 얼마나 들어 올릴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아카데미 시상식 관전 포인트

왼쪽부터 여우조연상 후보 윤여정이 출연한 ‘미나리’,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 조지 C 울프 감독의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판씨네마·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넷플릭스 제공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불과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카데미상 연기상 부문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이 수상하게 되면 아카데미 사상 최초 한국 배우의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동안 ‘백인 잔치’로 비판을 받아왔던 시상식은 올해 처음으로 다양성 규정을 적용해 과연 얼마나 새로운 인물들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릴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다양성 규정 적용
윤여정 여우조연상 받게 되면
사상 첫 한국 배우 수상 기록
감독상 후보 5명 중 2명 여성감독
남우주연상 후보 국적·인종 다양
OTT 작품 약진도 두드러져

■아카데미 사상 ‘최초’ 기록 탄생할까

한국 시각으로 26일 오전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이전보다 다양해진 후보 면면에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감독상 부문 후보 5명 중 2명이 여성 감독인 것도 93년 역사상 최초다.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중국) 감독과 ‘프로미싱 영 우먼’의 에메랄드 펜넬(영국)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오스카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 올린 여성 감독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유일하다. 2010년 전쟁 영화 ‘허트 로커’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6관왕에 올랐다.

남우주연상 후보의 면면도 국적, 종교, 인종이 다양하다. 우선 ‘미나리’의 스티븐 연은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후보에 올랐다. ‘사운드 오브 메탈’에 출연한 파키스탄계 영국인 리즈 아메드는 무슬림 최초 남우주연상 후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채드윅 보즈먼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로 후보에 올랐고, 수상하면 사후 수상하는 세 번째 배우가 된다.

그동안 남우주연상 후보는 백인이 대다수였지만 올해는 앤서니 홉킨스(‘더 파더’), 게리 올드먼(‘맹크’) 2명뿐이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들어 올리긴 했지만, 그동안 아카데미상은 ‘백인 잔치(#OscarsSoWhite)’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100년 가까운 시상식 역사 중 아프리카계 미국인 감독과 배우의 오스카 수상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에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지난해 여성, 유색인종, 장애인, 성 소수자가 비중 있게 참여한 영화여야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게 규정을 바꿨다. 그 결과 올해 작품상 후보에 오른 8편의 후보작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졌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다양성 논의가 본격화된 게 2015, 2016년으로 이때만 해도 남녀주·조연상 후보가 전부 백인이었고 비판이 컸다”면서 “아카데미상이 높이 평가하는 것 중 하나는 미국의 삶을 보여줘야 한다는 건데 이번 규정 수립으로 다양성을 높이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OTT 제작 작품 역대 ‘최다’

영화산업 측면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오리지널 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올해 시상식 최다 부문 후보작이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맹크’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 영화는 주요상인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촬영상 등 무려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이뿐 아니다. 넷플릭스 영화 16편이 총 35회 후보 지명됐다. 에런 소킨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는 작품상, 촬영상 등 6개 부문에, 조지 C. 울프 감독의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5개 부문 후보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OTT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운영하는 아마존 스튜디오의 작품 4편이 12회 후보 지명됐고, 애플의 애플TV+는 2개 작품이 2개 부문 후보에 선정됐다. 아마존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오리지널 영화 ‘사운드 오브 메탈’과 ‘원 나잇 인 마이애미’,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보랏 속편)’ ‘타임’ 등이 후보작에 올랐다. 올해 처음 아카데미 후보에 진출한 애플TV+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울프워커스’와 영화 ‘그레이 하운드’로 각각 장편 애니메이션과 음향 부문 트로피를 겨눈다.

영화계에선 이런 변화를 두고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시대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따르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영화산업의 구조 변화로 유수의 제작진이 새로운 플랫폼인 OTT로 눈을 돌렸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 속속 제작되고 있어서다. 2019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로마’로 감독상을 거머쥔 걸 시작으로, 다수의 OTT 영화가 아카데미상 후보작에 지명되고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제 더이상 OTT 작품이라는 게 영화상 후보 지명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올해 시상식에 한정해 온라인 개봉작도 후보에 올릴 수 있게 한 AMPAS의 결정이 후보 선정에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mia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