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장 비싼 통행료에 ‘혈세 먹는 하마’ 전락한 거가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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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가대교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통행료로 악명이 높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얼마나 고생을 하게 되는지 일깨워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2013년에 거가대교 운영 사업자인 GK해상도로와 사업 재구조화 협상을 성사시켰다. 최소운영수익보장(MRG)을 폐지하고 운영비용보전(SCS) 방식으로 바꾸면서 5조 3000억 원이 넘는 재정 부담을 줄이게 됐다고 발표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시와 경남도가 GK해상도로에 지급한 재정보전금이 모두 2478억 원으로 협약 당시 약정한 보전금 1190억 원의 배가 넘는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고리 대출 바로잡고
살인적인 통행료는 속히 내려야

원인은 편법적인 고금리였다. GK해상도로가 SCS 전환을 위해 필요한 자금 가운데 7120억 원은 시중은행에서 3.36~4.4%로, 4269억 원은 모기업인 사모펀드에서 6%가 넘는 금리로 빌렸다고 한다. 요즘은 초저금리를 넘어서, 중소기업벤처부조차 ‘초초저금리 대출 방안’ 도입을 검토하는 시대다. 2013년 협약 체결 당시 금리를 고려해도 터무니없는 조건이었다. 이러니 운영사가 늘어난 이자 비용을 핑계로 매년 협약보다 190억 원이나 많은 보전금을 챙겨 온 것이다. 행정기관의 상생 요구에 응하는 척 생색을 내면서 뒤로 다른 주머니를 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가대교를 운영사만 먹여 살리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면 사업 재구조화를 다시 제대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누구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시민들에겐 ‘혈세 먹는 하마’라니 분통이 치민다. 오죽하면 지난해 연말에 “살인적인 거가대교 통행료를 인하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까지 올라왔을까. 거가대교 통행료는 일반 승용차 편도 1만 원, 트레일러와 같은 특대형 화물차는 편도 2만 500원이다. 거가대교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통행료만 한 달 최소 25만 원, 특대형 화물차는 300만 원을 지출하게 된다니 어이가 없다. 8.2km에 달하는 거가대교의 통행료가 17.2km 구간인 인천대교의 4배, 경부고속도로의 27배 수준이라고 한다. 정부는 지난해 연말 대구~부산 민자 도로 통행료는 1만 500원에서 5000원, 서울~춘천 민자 도로 통행료는 5700원에서 4100원으로 내렸다.

가장 비싼 거가대교 통행료를 방치해선 안 된다. 지역의 끊임없는 인하 요구에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도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방안에 대해 전담팀을 꾸려 우선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자도로 관련 TF팀이 만들어졌지만 장관이 교체된 후 활동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아 유감이다.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을 위해서는 광역교통인프라 구축이 최우선이다. 거가대교로 부산~거제 거리가 크게 단축되었지만 비용이 지나쳐 돌아가야 하는 처지라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거가대교 운영사의 과다한 부당 이익은 바로잡고, 비싼 통행료는 속히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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