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11. 여백을 통해 무한을 마주하는, 이우환 ‘조응’(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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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1936~)은 화가이자 조각가이며, 시인이며 비평가이다. 그는 아시아 현대 작가로는 최초로 파리국립미술관, 구겐하임, 베르사유궁전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연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으로 운영 중인 이우환 공간에 전시 중인 ‘조응’(1998) 작업이다. 행위를 생산하는 주체인 작가가 작업에 개입하는 순간 발생하는 현상과 그 현상 사이의 여백, 작품과 작가, 관람객 사이의 관계항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는 작업이다.

캔버스의 좌우, 그리고 하단에 찍힌 점은 작가의 행위가 지닌 응축된 에너지를 절제된 형태로 보여 준다. 점과 점 사이의 여백은 작품과 관람객, 관람객이 작품을 관람하는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비가시적 관계성 또한 상기시킨다.

이우환 작가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점은 신체의 흔적이다. 작가가 행위를 생성하기 위해 붓을 집어 들고 캔버스에 점을 찍는다. 일필휘지(一筆揮之)하듯 순식간에 그려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화면 속 콤포지션(composition)을 통해 여백의 울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응축된 작가의 고민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점이 남긴 흔적과 그사이에 존재하는 여백을 통해 우리는 그려진 것과 주변의 장소 사이의 긴장을 느끼게 되고, 이 여백 공간이 지닌 울림으로 인해 관람객은 의식의 새로운 장소를 만나게 되는데, 작가는 이를 ‘여백 현상’이라 칭한다.

‘조응’은 단조로운 화면으로 구성된 작업이지만, 무한한 가능성과 해석의 다양성이 열려 있다. 이우환의 작업은 이렇듯 작업에서 공간으로, 공간에서 관람객에게로 나아간다.

김경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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