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톡톡] 세상에 미운 반려견은 없다, 미운 반려인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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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기 해운대 영무파라드호텔 본부장

반려동물 천만 시대다. 필자 또한 반려견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호텔의 책임자이며 반려견 ‘테리’와 12년째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반려인이다.

지난 가을 필자와 아내, 테리 셋이서 오랜만에 드라이브를 나갔다. 우연히 기장의 어느 바닷가에서 그림 같은 카페를 발견해 감탄사를 연발하며 입장을 하려 했으나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 벤치조차 반려견 동반 출입 불가라는 직원의 안내에 서운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10년 동안 숱하게 겪었던 일상이다. 돌이켜보면 12년 동안 테리와 함께 여행을 했던 근사한 추억이 없다.

그런데 이제 세상이 바뀌고 있다. 말 그대로 ‘개판’이다. 해운대 모래밭에서 아무 통제 없이 반려견이 뒹굴고, 호텔에서 수영, 스파, 미용 등을 받는다. 반려견과 반려인은 해운대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셰프가 만들어 내온 음식을 즐긴다. 객실에서 반려견 생일파티도 이뤄진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상이다. 나 같은 평범한 반려인과 반려견에게 1년에 한두 번은 특별한 일상을 즐길 수 있게 된 세상의 변화에 감사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과 복지 향상을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반려인으로서 너무나도 반갑지만, 아직도 부족하고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 비반려인, 반려인에게도 분명 미운 반려견이 있다. 소위 민폐 반려견이다. 다른 사람을 보면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는 반려견, 장소 불문 짖는 반려견, 아무 곳에 소변보는 반려견, 목줄 없이 혼자 다니는 반려견, 혼자 있으면 불안해 울어대는 반려견 등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미운 반려견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세상에 미운 반려견은 없다. 미운 반려견을 만드는 미운 반려인이 있을 뿐이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시설과 공간은 모든 반려인의 것이다. 반려인은 반려견과 함께 머무는 공간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매너를 갖출 필요가 있다. 엘리베이터 등 좁은 공간에서는 안고 다니고, 배변봉투, 물티슈, 휴지는 항시 지참해야 한다. 수컷의 경우 반려견 패드를 채우고, 반려견의 대·소변은 반려인이 뒤처리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어딜 가든 목줄을 채워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 객실 내 반려견을 혼자 두어 불안에 떨게 하는 행위도 금물이다.

사랑하는 친구이자 가족인 내 반려견이 다른 이에게 미운 녀석이라는 취급을 받게 놔둘수는 없다. 나에게 소중하고 사랑받는 만큼 주변 모든 사람에게도 사랑받는 반려견이 되는 길. 바로 책임 있는 반려인의 몫이다.

내 손으로 직접 받아 12년을 함께한 테리는 예전처럼 기력은 없지만 다행히 크게 아프지 않고, 가족으로서 늘 곁에 있어줘 고마울 뿐이다. 테리가 모두에게 예쁜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반려인으로서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최용기 해운대 영무파라드호텔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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