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애 vs 무관심’… 대권 잠룡들 ‘PK 민심 잡기’ 대비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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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대권 잠룡들의 부산·울산·경남(PK) 민심 잡기 행보가 뚜렷이 대비된다. 호남과 수도권이 주력 기반인 여권 대선 주자들은 ‘스윙 스테이트’(표심이 고정되지 않은 지역)인 PK 표심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반면, 영남이 안방인 국민의힘 주자들은 지역에 대한 관심도, 별다른 행보도 감지되지 않는 모습이다.

정세균·이재명·이낙연·이광재
민주 소속, 사활 걸고 공들여
유승민·안철수 등 야권 잠룡들
텃밭 인식, 숙원사업에 재 뿌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총리직을 사퇴하고 대권 가도에 뛰어든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다음 주부터 전국 순회에 나서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김해 봉하마을을 비롯해 PK 지역을 첫 번째 방문지로 고려하고 있다. ‘범친노’로 민주당 직계라는 정통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지지기반이 약한 PK 지역을 다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른 여권 주자들도 일찌감치 ‘PK 공들이기’에 나섰다. 여권 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31일 선거법 위반 논란을 감수하면서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후원회 사무실 개소식을 찾았다. 이낙연 전 대표는 여야를 통틀어 가장 적극적으로 PK 공략에 집중했다. 그는 당 대표 시절 직접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논의 과정을 챙기면서 가덕신공항 추진의 물꼬를 텄고, 이후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당론 수준으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관철시켰다.

최근 떠오르는 잠룡인 이광재 의원은 이번 부산시장 보선 지원을 위해 한 달간 부산에 상주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부울경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역대 민주당 계열이 승리한 대선에서 PK 민심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에는 부울경 보수 세력의 분열이, PK 출신인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PK 지역에서의 지지층 확장이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모습은 이와 상반된다. 외려 부울경 지역 숙원 사업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반대 의견을 내놓을 정도다. 이미 지난해 11월 ‘희망 22’ 캠프를 차리고 대권 도전을 본격화한 유승민 전 의원은 가덕특별법 중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가능하도록 한 내용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대형국책사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지역 사정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드러냈다. 그나마 경남지사 출신인 김태호 의원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부산에 머무는 등 지역 표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부산 야권 관계자는 "야권 대선주자 상당수가 지역 숙원인 가덕신공항에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는 등 지역 민심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다"며 "PK 표심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대선에서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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