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백신 공방’ 접고 물량 확보에 초당적 노력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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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세계 여러 나라들과 비교해 엄청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20일 현재까지 3%를 넘기지 못해 인구 100만이 넘는 나라들 중에선 100위권 밖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서는 35번째라는 통계도 나왔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세계적으로 ‘자국 우선 접종’ 기조가 확산하면서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 11월까지 국민의 70%가 백신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의 실현 여부도 불투명하게 됐다.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 안타까운 건 우리 정치권이 백신 문제를 정쟁화하면서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백신 접종률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비판 넘어 국민 불안 가중해선 안 돼

국민의힘 등 야권은 국내의 낮은 백신 접종률을 파고들며 정부의 무능을 집요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0일 “최대 걸림돌은 안이한 상황 인식”이라며 “모든 게 난맥상인 ‘노답 정부’”라고 꼬집었다. 그보다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며 “임진왜란 때 백성을 버리고 피난 간 선조나 서울을 사수하겠다고 방송하고는 혼자서 남쪽으로 간 이승만 같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야당으로서 정부의 백신 확보 문제를 비판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자칫 비판을 넘어서 국민 불안을 가중하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이 코로나19 백신 문제를 정쟁화하는 건 반국가적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지만, 그동안 안이한 대응으로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백신 수급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우리도 특별히 늦지 않게 백신 접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고, 준비를 잘하고 있다”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특히 지난 16일 개각에선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임명함으로써 정부의 백신 확보 의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보은 인사’ 논란까지 자초했다.

백신 수급은 국민의 생명이 달린 중대사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은 냉정하게 제기하되 그 목적이 정략적 이익에 갇혀서는 안 될 것이다. 백신 도입이 늦어진다고 해서 정부를 지나치게 궁지로 몰아세우면, 그 압박으로 아주 나쁜 조건으로 계약하게 되거나 도입될 백신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부·여당도 무조건 안심하라고 할 게 아니라 백신 도입에 대한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성실히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마침 정부는 다음 달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백신 협력을 긴밀히 협의 중이다. 여야의 초당적인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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