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공간서 펼쳐지는 춤, 투어하듯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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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관객이 투어하듯, 서로 다른 공간에서 펼쳐지는 춤을 이동하며 보는 무대가 펼쳐진다. 공간은 역동적이고 무대는 화려하다.

신은주무용단이 23~25일 오후 6시 부산 서구 암남동 알로이시오기지1968, 기지#03(옛 알로이시오 중학교) 5층 체육관에서 선보이는 신작 공연 ‘내 안의 물고기’에서다.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공연예술 중장기 창작지원금을 받아 진행된다. 앞서 신은주무용단은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중장기 창작 지원 프로젝트(최장 3년간 지원)에 선정된 바 있다.

신은주무용단 신작 ‘내 안의 물고기’
폐교 공간서 예술의 씨앗 발아시켜
춤·음악·설치미술·마임 등 어우러져
2시간 동안 스펙터클한 무대 선보여

‘내 안의 물고기’는 이번 공연의 연출·안무를 맡은 신은주 안무가가 닐 슈빈의 에서 영감을 얻었다. 고생물학자인 닐 슈빈은 인간의 몸속에는 아직도 물고기와 같은 다른 종들의 흔적이 있음을 얘기한다.

공연 작품은 코로나19시대를 맞아 자연과 생명, 그리고 공간과 시간에 대한 새로운 성찰과 인식에서 시작된다. 특히 자연을 이루는 물, 불, 흙, 공기 네 원소를 성찰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상실한 몸의 변화와 감각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단원들은 내 몸에 내재된 과거, 현재, 미래를 품은 삶의 흔적을 물, 불, 공기, 흙의 이미지를 통해 표출해 낸다.

자연을 이루는 뿌리인 네 원소는 각각 고유한 환경과 영역이 있다. 그 근원에 담긴 감성적이고 시적인 이미지를 음미하면서 4개의 공간을 통해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 여행을 한다. 또 변화와 함께 다양한 경계를 허무는 집요한 작업도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과 인간의 연관성을 되찾고, 공존하는 생명력을 발견한다.

신은주 안무가는 “끝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인간의 사유체계를 흔들어놓고 있는 이 시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몸과 자연의 하나 됨이다. ‘내 안의 물고기’는 상실된 영혼의 복원을 꿈꾼다”고 말했다.

공연 공간인 ‘알로이시오기지1968, 기지#03’은 50년 가까이 알로이시오 중학교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폐교된 상태다. 이에 신은주무용단은 폐교 이후 소외된 공간에서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예술의 씨앗을 뿌린다. 신은주무용단은 근래 폐 공간에 주목, 공연 등을 통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예술의 본질’과 ‘폐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 이 둘이 서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의 완성을 위해 신은주무용단은 2019년 6월부터 일본, 대만, 헝가리, 폴란드 등을 리서치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영도 거청조선소 등에서 리서치 아카이브전도 열었다.

‘내 안의 물고기’는 춤과 음악, 설치 미술, 사진과 영상, 마임 등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무엇보다 그 규모가 엄청나다. 공연 시간도 2시간 남짓. 공연 참가 아티스트만 해도 50여 명에 이른다. 특히 손영일 무용단, 판댄스씨어터를 비롯해 재즈락댄서 김도형, 마임이스트 방도용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협업으로 참가한다. 일본, 대만, 스코틀랜드 등 해외 감독과 아티스트들의 춤이 결합한 화려한 영상 지원도 받는다.

공연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내 안의 물, 불, 공기, 흙으로 구분된다. 내 안의 물에서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죽어가는 인간 군상들을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로 형상화해 보여준다. 내 안의 불은 무용과 영상이 결합한 무대로 손영일 무용단의 춤과 일본 무용단의 영상이 결합된다. 내 안의 공기에서는 신은주무용단이 삶과 죽음의 이미지를 춤으로 보여준다. 내 안의 흙에서는 대지의 이미지 속에서 신은주무용단·판댄스씨어터의 춤과 대만 무용단의 영상이 결합해 무대를 꾸민다. ▶신은주무용단 신작 공연 ‘내 안의 물고기’=23~25일 오후 6시 알로이시오기지1968, 기지#03(옛 알로이시오 중학교) 5층 체육관(부산 서구 암남동). 입장료 3만 원(사전 예매 한정 50인 관객만 입장 가능). 010-6775-8867.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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