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먹는 하마’ 거가대교, ‘재구조화’에도 2500억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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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비싼 통행료를 받는 부산~거제 간 ‘거가대교’ 운영 사업자가 최근 8년간 운영비 보전 명목으로 받아 챙긴 지자체 지원금이 2478억 원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애초 협약의 2배가 넘는 수준으로 국민 세금으로 사모펀드 배만 불렸다는 비판과 함께, 재구조화 협약 자체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 사업 재구조화 협약
운영사, 8년간 2478억 가져가
경남도·부산시 세금으로 지원
“사모펀드 배만 불렸다” 비난

20일 (사)경남미래발전연구소에 따르면 거가대교 사업 재구조화(변경실시) 협약이 체결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경남도와 부산시가 운영사인 GK해상도로(주)에 지급한 재정보전금은 모두 2478억 원이다. 재구조화 협약 당시 약정한 보전금은 절반 이하인 1190억 원이었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GK해상도로는 국민은행을 비롯한 19개 투자사가 출자해 조성한 사모펀드 ‘KB GK해상도로 사모 특별자산 투자신탁 제2호’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2013년 ‘거가대로 변경실시협약’을 거치며 운영권을 인수했다.

당시 경남도·부산시는 ‘세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씻으려 GK해상도로와 사업 재구조화 협상에 나섰다. 핵심은 실제 통행량이 예상을 밑돌면 세금으로 차액을 보전해 주는 최소운영수익보장(MRG) 폐지다. 대신, 건설비로 들어간 금융사 대출금과 건설사 출자금을 은행 대출로 전액 상환하고 통행료 수입에서 운영비와 대출 이자를 차감해 운영하는 운영비용보전(SCS)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운영사에 보장된 사업수익률도 12.5%에서 민자 사업 최저 수준인 4.7%로 낮췄다.

기존 MRG 방식대로라면 양 시·도는 2050년까지 40년간 5조 4586억 원을 보전해야 했다. SCS를 적용하면서 부산시와 경남도는 보전금에서 흑자 환수금을 제외한 총 부담이 1007억 원으로 줄어 무려 5조 3000억 원이 넘는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상은 변경실시 협약서에 보장된 2013~2020년 보전금 1190억 원의 배 이상인 2478억 원이 지급됐다. 연구소는 사모펀드 운영사의 ‘편법 고금리’ 내부 거래를 요인으로 지목한다.

재구조화 당시 합의한 보장 금리는 3.1%였다. GK해상도로가 SCS 전환을 위해 대출받은 자금은 모두 1조 4355억 원. 이 중 7120억 원은 시중은행에서 3.36~4.4% 금리로, 4269억 원은 사모펀드 구성 금융사에서 6.24~6.7% 고금리로 빌렸다. 겉으론 행정기관의 상생 요구에 응하는 척 생색을 내곤, 이자 비용을 핑계로 다른 주머니를 찬 셈이다.

경남미래발전연구소 김해연 이사장은 “고금리로 돈놀이 하는 펀드 실소유자들이 운영사 뒤에 있다. 협약을 초과해 부당하게 착복한 보조금은 전액 환수하고 사업 재구조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거짓으로 체결한 협약이라면 당장 해지하고, 통행료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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