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몸값’ 민물장어, 코로나 탓에 가격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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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보양식이자 고가 생선으로 분류되는 ‘민물장어(뱀장어)’의 가격이 반토막이 됐다. 지난해 1kg에 3만~4만 원 하던 가격이 최근 2만 원대로 떨어졌다. 양식의 기초가 되는 뱀장어의 유어인 실뱀장어를 많이 잡아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반면, 코로나19로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위판장·생산자와 유통업체들 간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치어 예년 1.5배 잡혀
양식장 생산량도 덩달아 급증
‘5인 모임’ 규제에 소비 감소
생산-유통업자 간 가격 갈등


■장어 왜 싸졌나?

장어의 가격이 내린 이유는 쉽게 말해서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민물장어는 자연산이 귀하다. 대부분 양식 민물장어가 시중에 유통된다. 민물장어의 양식은 실뱀장어를 잡아다가 10개월~1년을 기른 뒤 시장에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국 민물장어의 수급은 잡히는 실뱀장어의 양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실뱀장어는 1만 4154kg이 잡혔다. 2019년 6414kg, 2018년 9200kg에 비하면 매우 많은 양이 잡힌 셈이다. 속사정을 알면 공급 과잉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국내 시장에서 장어는 기본적으로 극동산(자포니카)과 이종으로 구분한다. 극동산이 인기가 많아 양식어가들은 가능하면 극동산을 먼저 채우고 난 뒤 ‘양식장을 놀릴 바엔’이라는 생각으로 이종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극동산은 출하 시기에 95% 이상이 생존해 상품으로 판매되지만 이종은 30%에 그친다. 극동산이 인기도 좋고 생존율도 높은 셈. 2018년 극동산 실뱀장어는 5511kg, 2019년에는 3455kg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1만 3152kg으로 사실상 올해 4배 이상 출하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여기에 연말연시 모임이 많아 민물장어의 성수기로 불리는 12월에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됐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의 조치와 함께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며 장어 소비가 대폭 줄어들었다. 소비는 줄고 생산이 늘면서 장어 값이 반토막이 난 셈이다. 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 관계자는 “한 번 가격이 떨어지면 미리 계약된 수입산 등도 들어오기 때문에 1년 이상 가격이 회복되지 않아 어민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존 가격 vs 시장 교란

민물장어는 민물장어양식수협, 고창군수협, 영광군수협 세 곳에서만 진행된다. 최근 이곳에서 위판되는 가격은 1kg에 2만 원 수준으로 거래가 되고 있는 중이다. 이 가격을 두고도 유통업자와 생산업자의 갈등은 커지고 있다. 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 관계자는 “2만 원 아래로 떨어지면 사실상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지금 가격도 생존을 위해서 팔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통업자들의 시선은 다르다. 몇몇 유통업자들은 위판이 3곳에서만 진행되다 보니 ‘시장 가격’이 아닌 최저 가격이 정해진 것이 아니냐며 위판장과 생산자들에게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유통업자들은 “시간은 유통업자들의 편이 아니다”며 “결국 최저 가격처럼 보이는 가격에 급한 유통업자들은 구매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유통업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넣고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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