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 배 넘는 급경사… 위험에 방치된 통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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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학교 대부분이 국토교통부의 통학로 경사 기준치 제한 규정의 예외 대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통학로 급경사 문제가 방치되다 보니 ‘제2의 대덕여고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999년 ‘도로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이 제정된 이후 학교의 도로시설은 최대 경사가 16% 이하가 되어야 한다. 문제는 현재 부산 초·중·고등학교 635개 중 525개(82%)가 통학로 경사 관련 법률제정 이전에 설립됐다는 것이다.

경사 30% 초량 선화여중 비롯
지역 학교 제한 규정 훌쩍 넘어
법률 개정 전 개교 빌미로 손 놔

특히 2008년 통학로 차량 사고로 23명의 사상자가 나온 대덕여고 참사 이후에도 대다수 학교는 급경사 통학로 경사로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실제로 동구 초량동 선화여자중학교의 경우 1964년도에 도로를 개설했고, 경사도는 30%에 이른다. 권고기준인 16%의 2배가량 되는 경사다. 등굣길에 만난 재학생 조 모(14) 양은 “하굣길에 친구들과 어깨동무하는 건 상상도 못한다. 땅이 얼거나 비가 와 미끄러운 날에는 넘어지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경사도가 29%로 확인됐던 인근 좌천동 금성고도 1954년 설립된 이후 급경사를 완화하는 공사는 한 차례도 없었다. 경사도가 25%로 가파른 동래구 명장동 학산여고 역시 경사도와 무관하게 기존의 시멘트 도로를 아스팔트로 재정비했을 뿐이다.

그러나 통학로 사고가 벌어졌던 사상구 덕포동 대덕여고에서는 일부 꺼진 땅을 메우는 성토 공사를 통해 경사도를 대폭 낮췄다. 일부 구간은 33%까지 급경사였던 경사도가 현재는 평균 15% 수준이 됐다. 부산시에서 지원받은 7억 5000여만 원 예산으로 통학로 도로를 학교에서 구매해 정비한 덕분이다.

대덕여고 임홍주 교감은 “정비 공사 이후 미끄러지는 안전사고가 눈에 띄게 줄어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단위학교는 통학로 개선에 투입할 예산 여력이 없어 통학로 안전사고를 줄이려면 교육청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부산시 내 학교 전반에 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통학로 안전을 꾸준히 감시해온 부산 YMCA 측은 형식적인 예산 투입이 아니라 실질적인 안전 조치를 촉구했다. YMCA 오문범 사무총장은 “통학로에 위험방지 페인트칠과 펜스를 설치하는 것만 2억 여원이 든다”며 “위험도가 높은 학교일수록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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