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장애인의 날'…18년 만에 장애인 인정 질환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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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 조현병·기면증 등도 해당

8년 전 경증 조현병을 진단받은 40대 정 모 씨는 ‘장애인 아닌 장애인’이었다. 경증 조현병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장애인정 질환에 포함되지 않은 탓이다.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고스란히 그의 몫이었지만, 적용되는 기준은 일반인과 똑같았다. 입시든, 채용이든 정 씨는 매번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지난 13일 ‘장애인복지법 하위법안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정 씨와 같이 경증 조현병이나 기면증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자도 ‘장애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정 씨는 “나 같은 정신질환자는 10대 후반부터 증상이 나타나, 20대 초반 병을 진단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학업수행이나 스펙 쌓기가 불가능해 사회에서 낙오자 신세가 된다”며 “비슷한 병을 겪는 젊은 친구들이 앞으로 더 나은 환경에서 삶을 영위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에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은 정 씨와 같은 경증 조현병에 대한 장애인정 기준이 마련된다. 조현병 외에도 기질성 정신장애, 투렛장애, 강박장애, 기면증으로 인한 정신장애 등 장애인정 항목이 신설됐다. 장애정도 심사절차도 보완돼 장애인정 질환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중증인 경우, 심사를 거쳐 예외적으로 장애로 인정받는다.

특히 2003년 15개 장애유형이 마련된 뒤 18년 만에 인정 질환이 확대됐다는 의미가 있다. 2019년 10월 대법원이 뚜렛증후군 환자의 장애 인정 소송에서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이 있는 뚜렛증후군 환자의 장애인 등록신청을 거부한 것은 헌법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것이 이번 조치의 기폭제가 됐다. 인정 질환 확대로 장애인으로 인정되면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일각에선 심사 통과의 기준이 엄격한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0년 전 기면증을 판정 받고도 아직까지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A 씨는 “기면증을 치료하려고 우울증약을 처방받아 하루에 많게는 8알씩 먹었다. 약은 독한데, 장애인정도 못 받으니 이젠 포기했다”며 “인정 질환이 확대됐다고는 하지만 기면증이 정신장애로 인정을 받으려면 2년 이상의 치료 기록이 있어야 하더라”며 장애 인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장애인개발원 조윤화 팀장은 “18년 만에 보건복지부가 정신질환자 장애 인정 범위를 넓힌 건 괄목할만하다. 다만 ‘질환이 있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가’라는 기준으로 장애를 인정하도록 장기적인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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