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공룡 발자국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993년 영화 ‘쥐라기 공원’의 흥행은 한국의 공룡 발자국에 크게 기대고 있다. 오리주둥이 공룡이 무리 지어 초원을 내달리는 충격적인 장면이 그것이다. 당시는 공룡이라면 네 발로 아주 천천히 걷는다고 믿던 때였다. 그런데 전남 해남 우항리의 공룡 발자국 화석 연구 결과, 공룡이 두 발로 서는 것은 물론 시속 80km 이상의 속도로 뛰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보도를 접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제작이 상당 부분 진행됐음에도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공룡이 서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그때로서는 기상천외한 장면을 다시 만들었던 것이다.

인류가 공룡의 존재를 알게 된 역사는 200년도 채 안 된다. 17세기 발견된 어떤 화석에 ‘메갈로사우루스’라는 학명을 붙인 1824년이 출발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2년 경남 하동에서 공룡알 화석이 처음으로 나왔으니 그 역사는 50년 남짓이다. 1990년대 들어 경상도와 전남 각지에서 다량의 공룡 화석이 발견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이후에도 새로운 공룡알, 뼈, 발자국 등 국제적 주목을 받는 화석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발자국 화석의 가치는 세계적이다. 경남 고성·남해·진주, 전남 해남·여수·화순 일대를 비롯한 남해안 지역에 1만 개 이상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상태다. 한국이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 지역의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부산이라는 지형이 형성된 때는 바로 백악기 말기다. 동해가 바다가 되기 전 그 옛날에는 일본과 육지로 연결된 부산 일대에 공룡들이 알을 낳고 호숫가를 거닐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증거가 2004년 다대포항 건너 두송반도의 서쪽 해안 백악기 퇴적층에서 발견된 초식 공룡의 공룡알과 뼈 화석이다. 송도, 태종대, 백양산 등지와 같이 공룡 발자국들이 발견된 곳도 여럿이다. 지난해 3월에는 기장군 해안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기서 나온 흔적은 공룡이 걸어간 ‘보행열’ 3점으로, 20cm 안팎 크기의 발자국이 10개가 넘는다. 영남권에서 나타난 공룡 발자국 중 가장 늦은 시기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화석의 문화유산 가치와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학술조사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결과에 따라 천연기념물 등재에 대한 기대도 크다. 공룡 화석은 매장 문화재 못지않게 중요한 유산이다. 이번 조사가 지역의 공룡 화석 관련 전문 연구가 활발해지는 계기로 이어졌으면 한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