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검사인데… 전화 속 그놈 주말 반납하고 1년 추적 끝 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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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을 극단적 선택으로 몬 보이스피싱범인 일명 ‘김민수 검사’와 조직원을 붙잡은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1계 강력 5팀. 왼쪽부터 김종성 경장, 강태현 경장, 이지완 경사, 박모선 경감, 이영재 경장, 박성민 경위. 부산경찰청 제공

전국구 보이스피싱 범죄자인 일명 ‘김민수 검사’를 검거한 주역은 바로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1계 강력 5팀. 꿈 많은 20대 취업 준비생을 죽음으로 내몬 악질 보이스피싱범을 검거하기 위해 이들 형사 6명은 1년 넘게 주말도 반납했다. 그러한 끈질긴 노력은 마침내 이달 빛을 보게 됐다. 지난 14일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40대 콜센터 직원을 비롯해 보이스피싱 조직원 6명을 사기와 범죄단체 가입 활동 등 혐의로 검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강력 5팀 박모선 팀장은 “2년 동안 보이스피싱범 150명을 잡아들였지만 피해자를 압박해 죽인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피해자 아버지의 한이 맺힌 청와대 청원글을 보고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피해자 어머니의 애달픈 모습도 전했다. 어머니는 당시 연계 사건 재판도 방청했다. 무언가 조그마한 단서라도 찾으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때마다 가슴에는 아들 영정 사진이 안겨 있었다.

부산경찰청 강수대 1계 5팀
“부모들 한 풀어주겠다” 결심
취준생 죽음 내몬 일당 검거

박 팀장을 보좌하는 박성민 경위는 형사 생활만 23년 차인 베테랑이다. 박 경위는 “모든 사건에 경중은 없지만 정말 잡고 싶을 땐 밤에 잠도 안 오는 게 형사들”이라며 “팀원 모두 일주일에 4~5일씩 출장을 가고, 하루에 2만 보를 걷는 건 기본이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강력 5팀은 모두 최종 잠복을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는다. 오전 7시부터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꼬박 7시간을 내연녀 집 앞에서 버틴 것이다. 이영재 경장은 “범인이 바깥에 경찰이 온 것을 알고 돌발 행동을 할까 봐 7시간 동안 굶으면서 카톡으로만 대화했다”고 밝혔다.

강태현 경장은 “죄의식이 전혀 없는 듯했다.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니 자다 깬 시늉을 하면서 ‘어쩐 일로 오셨어요’ ‘선량한 시민에게 왜 이러시느냐’고 되물을 정도였다”고 검거 상황을 설명했다. 일명 ‘김민수 검사’는 끈질긴 추궁 끝에 범행을 시인했지만, 아직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벼랑 끝에 선 사람을 절벽 아래로 내모는 악질적인 범죄’이다. 피해자 대부분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인데, 범인을 잡아도 뺏긴 돈을 회수하기 어렵다. 김종성 경장이 “보이스피싱이 사라질 때까지 범인 검거와 예방에 힘쓰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지완 경사는 “범죄 수법이 계속 진화하고 상담원은 검거하더라도 또다시 인력이 충원되므로, 대포 유심에 대한 엄격한 제재와 중계기 단속을 통해 보이스피싱이 가능한 환경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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