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이 부른 인테리어 붐… 귀하신 '나무'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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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집콕’ 생활이 늘면서 가구와 인테리어 수요는 급증했지만 목재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 결국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귀하신 목(木)’이다.

18일 (사)대한목재협회의 ‘2021년 2월 수입목재 가격동향’에 따르면 가구 프레임 제작에 사용되는 러시아산 목재 가격은 ㎥당 46만 5000원으로 전월 대비 10.7%, 전년 동기 대비해서는 34.7%가 올랐다. 러시아산뿐 아니라 뉴질랜드, 미국 등 다른 나라 수입목재의 가격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 목재 가격 갈수록 천정부지
가구·마루 등 줄줄이 가격 인상
성창기업,파티클보드 20% 올라
공사 현장 물량 확보 못 해 ‘난감’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8일 5월 미국 목재 선물 가격은 1000보드피트당 1295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 목재 선물 가격이 60% 이상 급등하면서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PB(파티클보드) 공급업체인 성창기업(주)도 최근까지 목재 물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판매가격이 20%가량 상승했다.

이에 따라 가구업체인 한샘은 이달 들어 침대, 책상, 식탁, 붙박이장 등 일부 품목에 대해 2~5% 가격을 인상했다. 침대업계 2위인 시몬스도 8~15% 정도 가격을 인상했다. 목재로 만든 인테리어 제품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영림도어가 지난달부터 문 가격을 10%가량 인상했으며, 합판으로 마루를 만드는 구정마루도 이달부터 저가제품 위주로 가격을 6~7% 인상했다. 목재뿐 아니라 본드 등 부자재의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는 기존에 주문했던 마루나 문 제작이 목재 확보를 못해 늦어지면서 재고가 있는 제품들로 바꿔 시공하는 사례도 잦아졌다. 부산 가구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에, 물량 확보까지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대한목재협회 관계자는 “국내 목재 공급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목재 가격 움직임에 따라 국내 제품 가격도 출렁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의 목재가 북미 쪽으로 쏠리고 있고,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이 목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 가격이 예상보다 더 많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목재 가격 급등의 원인은, 코로나로 목재 벌목이나 시설 가동률은 떨어졌는데 반대로 수요는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에서 주택 리모델링, 인테리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고, 중국 또한 건설로 경기 진작에 나서면서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목재 수요 또한 만만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소매 판매액은 10조 18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8% 증가했다. 대표적인 가구 인테리어 업체인 한샘의 매출액도 2조 647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을 정도다.

기후변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캐나다에서는 기후변화로 겨울철 기온이 꾸준히 상승했는데, 이로 인해 해충들이 겨울에도 사멸되지 않고 극성을 부려 벌목량이 줄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사례에서 보듯 고온현상으로 인한 삼림지역 화재가 잇따르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우리나라 목재 가격 상승에는 운송비 상승 영향도 있다. 대형국적선사 파산 이후 선박 확보는 쉽지 않은 반면 코로나로 물류는 더 늘어 운송비 상승으로 이뤄지고 있다.

오랫동안 마루 등 목재 제품을 취급해 온 부산 진하우징 전중주 대표는 “나무 생산 속도가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가 돼 앞으로도 가격은 내릴 것 같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라면서 “삼림이 점점 줄어 동남아에서도 언제까지 수출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원자재가 상승을 틈타, 질 낮은 비인증목재가 사용될 수 있는 점도 염려된다며 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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