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일 새 밀월 시대, 동북아 갈등·위기 부채질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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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밀월 시대로 접어든 듯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후 발표한 ‘새 시대를 위한 미·일의 글로벌 파트너십’ 공동성명을 통해 상호 협력과 지원을 다짐했다. 두 정상은 특히 회담 중 서로를 ‘조, 스가’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친밀도를 과시했다고 한다. 이는 1983년 로널드 레이건과 나카소네 야스히로가 보여 준 이른바 ‘론, 야스’ 밀월 관계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현 상황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미·일 양국의 밀월 관계가 동북아의 화평은커녕 오히려 갈등과 위기를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상호 협력 관계 지역 안정에 기여해야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반인륜적 범죄

무엇보다 중국의 반발이 거세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핵 문제 등 여러 이슈가 다뤄지기는 했지만, 주요 목적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양국의 전략적 연대에 있었음이 분명했다. 공동성명에서 그동안 미국이 공식 언급을 자제했던 대만해협 문제를 거론하며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고, 홍콩과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또 일본이 중국과 영유권을 다투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서는 미일안보조약 적용 대상이라며 노골적으로 일본 편을 들었다. 대놓고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중국은 당장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하며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동북아 최대 이슈인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물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서도 미·일 양국은 주변국들의 우려와 비난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태도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7일 한국을 찾은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바로 다음 날 케리 특사는 “미국이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해서 내린 결론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주변국들의 방사능 물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외면하고 일본 입장을 두둔한 것이다.

미·일 양국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서로 협력하겠다는 걸 누가 말리겠는가. 하지만 그것도 주변 국가들의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며, 궁극적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웃 나라가 극도의 거부감을 표시해 온 영역까지 치고 들어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도발하는 행태는 결국은 갈등만 조장해 위기로 치닫게 할 뿐이다. 또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해안 생태계 파괴는 물론 동북아 주변국, 나아가 미국 등 태평양에 접한 나라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다. 그런 행위를 묵인하거나 부추기는 것도 결국 반인륜적 범죄에 다름 아니다. 미·일 양국의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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