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금융 손 떼는 씨티은행, 누가 인수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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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소매금융) 부문의 한국시장 철수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권에서는 시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을 누가 가져갈 것이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씨티은행 철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씨티은행에 예금을 둔 고객들의 불안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씨티은행의 본사인 씨티그룹은 지속적인 사업전략 재편의 일환으로,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에 대한 향후 전략 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은 아시아, 유럽 및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소비자금융사업을 4개의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하고, 한국을 포함한 해당 지역 내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씨티그룹, 13개국 출구전략 추진 밝혀
신탁자산 상당하고 점포 수 적어 ‘알짜’
업계, 1조~1조 5000억 원 가치 예상
자산관리·신용카드 별도 매각도 거론

한국씨티은행의 총자산(은행+신탁)은 지난해 말 기준 69조 5000억 원이다. 여신은 총액 24조 원으로 기준 시중은행 내 점유율이 2.03%지만, 소비자금융 부문 여신만 따지면 17조 원으로 그 비중이 2.7%로 높아진다. 특히 신탁자산은 24조 원을 넘어 점유율이 7.62%에 달한다. 일찌감치 대면채널을 줄여 소매금융 점포는 36개에 불과하며 관련 임직원 수도 939명뿐이다. 점포 통폐합과 더불어 디지털 전환 사업을 꾸준히 전개해 온 것으로 주목되기도 했다.

이처럼 여수신 규모에 비해 신탁자산이 상당하고 지점은 거의 없어 경영효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부문이 주인을 잃으면서 향후 이 사업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은행권은 물론 인터넷은행, 빅테크 기업들도 인수에 관심이 높은 상황인데다 수도권 소비자금융으로 진출하려는 일부 지역은행도 매입 여부를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관건은 향후 매물로 나올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부문의 시장가격이다. 2000년 한미은행 매각 당시 칼라일 사모펀드는 40.1% 지분을 4905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1999년말 기준) 한미은행 자산은 약 22조 원, 세전이익 706억 원이었다. 이후 2004년 한미은행 지분 100%가 씨티그룹에 1조 1505억 원에 팔렸다. 당시 한미은행 자산(신탁포함)은 37조 원, 세전이익 711억 원이었다.

이번에 매각 대상이 될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부문의 자산은 당시보다 크게 늘지 않았지만, 수익성은 훨씬 더 나아졌다. 업계에서는 최소 1조 원 이상의 가치는 인정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산 내 소매금융 비중만큼 순자산이 인정되고,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은행주 평균 주당순자산비율(PBR) 0.3~0.4배를 감안해도 1조~ 1조 5000억 원가량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변수는 씨티그룹이 웃돈을 얼마나 요구하느냐다.

웃돈을 얹어 2조 원 상당의 가격으로 시장에 나온다고 해도 매력적인 가격이다. 2조 원 정도면 대부분의 은행지주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데다 지점이 거의 없어 기존 점포와 중복위험도 낮다. 이 때문에 인수전도 치열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매금융 여신액이 17조 원 정도 되면 적은 금액은 아니다”라면서 “연체율 등을 따져봐야겠지만 괜찮은 매물”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통매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자산관리(WM), 신용카드 등 소비자금융 사업의 각 부문을 분리해서 별도로 매각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이번에 씨티그룹이 한국과 함께 개인 소비자 대상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결정한 호주에서 이런 방식의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씨티그룹이 한국에서 소매금융을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하자 고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철수 단계를 밟을 경우에도 점포 폐쇄 등으로 고객 불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씨티은행 측은 “후속 계획이 마련되는대로 감독당국과 필요한 상의를 거쳐 이를 공개할 것”이라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씨티그룹의 국내 소매금융 철수 발표 이후에도 기존의 예금, 대출 등 서비스는 그대로 제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측은 “향후 진행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며, 소비자 불편 최소화, 고용안정, 고객 데이터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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